비센테 폭스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과 차기 대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되는 멕시코 총선 투표가 6일(현지시간)멕시코 전역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치러졌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수 천명의 농민들이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산 살바도르 아텡코에서는농민들이 사탕수수 가지치기용 칼로 무장한 채 지난해 멕시코 국제공항 건설 문제반대와 관련해 인질극을 벌인 시위자들에 대해 발부된 체포영장의 취소를 요구했다. 이들은 선거관리위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21개 투표소를 폐쇄해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좌익 원주민 게릴라 단체인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의 거점인 남부 치아파스주에서는 EZLN에 동조하는 농민 200여명이 정부 정책에서 자신들이 소외된 데 항의한다며 투표소에 무단 진입해 투표용지를 불태우고 취재진에 위협을 가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농민들은 또 못이 박힌 널빤지와 돌멩이 등으로 고속도로 차량통행을막기도 했다. 이날 전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규모는 수천명에 달한다고 선거관계자들이전했다. 또 집권 국민행동당(PAN) 공천으로 멕시코시티 시의회에 출마한 루이스 에두아르도 수노 후보는 자신이 미국 텍사스주에서 타고 들어온 개인 전용기에서 권총과소총, 탄약통 등이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폭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찍 부인 마르타 사군 여사 및 딸과 함께 투표를 마친 뒤 "투표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투표를 촉구했다. 멕시코 근세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 선거가 치러졌다고 평가되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이후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이번 총선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세계 전역에서 선거 옵서버들이 파견돼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선거 옵서버들은 6천400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아투표율이 상당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집권당 득표에 불리하게 작용할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원의원 500명 전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집권당 PAN은 물론, 제1야당 제도혁명당(PRI), 좌파성향의 제2야당 민주혁명당(PRD) 등 주요 3당이 치열한 각축전을벌이고 있는 가운데 과반확보 정당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과거 71년간 장기집권을 이어온 PRI에 발목이 잡혀 2000년 12월 취임이래 지난 3년간 세금ㆍ노동분야 개혁안을 비롯해 전기부문에 대한 민간투자 촉진등 에너지 분야 개혁안을 제대로 감행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폭스 대통령이 남은 3년여 기간에도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의석 분포는 PRI 207석, PAN 202석, PRD 56석이다. 전체 31개 주 가운데 6개주 주지사 선거와 365명의 시장.군수, 멕시코시티 구청장 및 시의원 선거 등 동시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도 폭스 대통령의 PAN이 그렇게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부 산업의 중심지이자 그동안 PAN의 영향력이 컸던 누에보 레온주(州)에서도 PAN은 PRI 후보에 밀려 주정부를 잃을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폭스 대통령의 인기도는 60%대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상위권이지만 코카 콜라 멕시코 지사장 출신인 그의 최대 지지세력인 기업인들조차 정부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는 데 조바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집권당은 `변화를 위해 제동장치를 없애라!'라는 공식 선거구호를 내걸고앞으로 의회를 장악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로는 PRI가 의석수를 약간 늘리고 PAN은 일부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얻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멕시코 유력일간 레포르마가 마지막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PRI 38%, PAN 33%, PRD 19%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오차한계는 ±2.5%포인트였다. 집권당의 고전은 우선, 폭스 대통령이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이행에 실패했고, 폭스 정부도 세력이 양분된 의회에 발목이 잡혀 주요한 개혁조치를 밀어 붙이지 못해 무능력한 것으로 상당수 유권자들이 성적표를 매기고 있는 데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가 자랑하는 마킬라도라(보세 임가공 수출입 공단)에서 싼 노동력을 찾아외국으로 떠난 업체는 지난 2년간 54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한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은 이번 총선에서 최대의 이슈가 되면서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폭스 대통령 자체로부터 불거진 악재도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자신의 선거비지원을 책임진 민간단체 `폭스의 친구들'이 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외국 거주멕시코인으로부터의 선거 기부금 수수에 대한 일부 증거가 포착되면서 PAN에 타격을주고 있다. 이에 PAN 내부에서는 최근 폭스 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도일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