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테 폭스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과차기 대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는 멕시코 총선이 6일(현지시간) 실시된다. 하원의원 500명 전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집권 국민행동당(PAN)은 물론, 제1야당 제도혁명당(PRI), 좌파성향의 제2야당 민주혁명당(PRD) 등 주요 3당이 치열한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과반확보 정당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과거 71년간 장기집권을 이어온 PRI에 발목이 잡혀 2000년 12월 취임이래 지난 3년간 세금ㆍ에너지ㆍ노동분야의 주요 개혁안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폭스 대통령이 남은 3년여 기간에도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의석 분포는 PRI 207석, PAN202석, PRD 56석이다. 전체 31개 주 가운데 6개주 주지사 선거와 수백명의 시장 및 구청장 선거 등이동시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도 폭스 대통령의 PAN이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지는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부 산업의 중심지이자 그동안 PAN의 영향력이 컸던누에보 레온주(州)에서도 PAN은 PRI 후보에 밀려 주정부를 잃을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40년전 PAN에 첫 시장 선거 승리를 안겨준 추억이 있는 누에보 레온주에서의 주정부 이양은 최대 산업도시 몬테레이의 기업인 세력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집권당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폭스 대통령의 인기도는 60%대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상위권이지만 코카 콜라 멕시코 지사장 출신인 그의 최대 지지세력인 기업인들조차 정부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는 데 조바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집권당은 `변화를 위해 제동장치를 없애라!'라는 공식 선거구호를 내걸고앞으로 의회를 장악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로는 PRI가 의석수를 약간 늘리고 PAN은 일부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얻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멕시코 유력일간 레포르마가 마지막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PRI 38%, PAN 33%, PRD 19%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오차한계는 ±2.5%포인트였다. 집권당의 고전은 우선, 폭스 대통령이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이행에 실패했고, 폭스 정부도 세력이 양분된 의회에 발목이 잡혀 주요한 개혁조치를 밀어 붙이지 못해 무능력한 것으로 상당수 유권자들이 성적표를 매기고 있는 데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가 자랑하는 마킬라도라(보세 임가공 수출입 공단)에서 싼 노동력을 찾아외국으로 떠난 업체는 지난 2년간 54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한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은 이번 총선에서 최대의 이슈가 되면서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폭스 대통령 자체로부터 불거진 악재도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자신의 선거비지원을 책임진 민간단체 `폭스의 친구들'이 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외국 거주멕시코인으로부터의 선거 기부금 수수에 대한 일부 증거가 포착되면서 PAN에 타격을주고 있다. 이에 PAN 내부에서는 최근 폭스 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도일고 있다. 여기에는 대외적 요소도 있다. 폭스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강조하며 멕시코인들의 최대 외교현안이었던 미국과의 새 이민협정 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잘 진행되던 이민협상은 9.11 테러 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 등으로 미국의 현안에서 밀려나 2년 가까이 거의 진척을보이지 않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다 매년 수백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RD가 의외의 변수로 떠올라 의석을 대폭 늘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있다. 이는 PRD가 유권자들이 관심 있는 경제와 취직 문제와 관련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PRD 소속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49) 멕시코시티 시장이 2006년 대권 선두두자로 평가받으며 `멕시코의 룰라'로 급부상하고있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