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동쪽으로 3시간 정도 달리면 진황다오(秦皇島)라는 항구도시에 이른다. 1898년 청나라 말엽 외국에 개방됐던 이 곳은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여름 휴가지 베이다이허(北戴河)가 있는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중국 전역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한국전용공단이 이 곳에도 있다. 진황다오 경제기술개발구는 최근 별도 조성한 40만평 부지에 표준공장을 세워놓고 한국 중소기업이 입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본과 기술만 갖고 들어오면 된다는 식이다. 투자금액에 따라 일정규모의 공장은 1년간 임대료도 안받는다. 한국기업에 특혜를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기업이 외자기업 중 가장 많이 진출,지역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리잉시 경제개발구 부주임)'이다. 개발구에 입주한 외자기업 중 17%인 47개사가 한국기업이다. 인천을 배로 직접 잇는 직항로도 연내에 개설된다. 한국과의 물류흐름이 빨라지는 것이다. 더욱이 진황다오는 베이징 톈진 다롄 선양 하얼빈 등 주변 대도시들과 고속도로로 연결된 교통 요충지로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용이하다. 파업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도 이 곳의 장점이다. 배남기 LG전자 진황다오 법인장은 "주문이 밀려 한국이라면 근로자들이 반발할 정도의 과중한 업무일 때도 불만의 목소리는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도 베이징이나 톈진보다 30% 가량 낮다. 주변에 대학이 10여개에 달해 양질의 노동력을 구하기도 쉽다. 이 곳에 진출한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빵으로 끼니를 때우던 근로자들을 위해 구내식당에서 밥을 해줬더니 감동하더라"고 했다. 입주한 외자기업이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경우엔 개발구 측이 앞장서서 은행대출을 알선해 준다. 개발구 측은 외자기업 주재원 가족들이 거주할 외국인 전용아파트를 연내에 완공하고 이들의 여가 선용을 위한 골프장 건립도 추진중이다. 천혜의 휴양도시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까지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잇단 파업으로 언제 공장 문을 닫아야할 지 모르는 불확실한 한국의 기업환경과 비교할 때 외국자본의 선택지가 어디일지는 명약관화하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