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와 외무장관을 수차례나 역임한 원로 정치인 시몬 페레스(79)가 19일 노동당 새 당수로 선출됐다. 1996년 총리 선거에서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냐후 후보에게 패배, 이듬해 당수직을 사임한지 6년만의 재기다. 노동당은 지난 1월 총선에서 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에 참패한 데 이어 지난 5월 암람 미츠나 당수의 사임으로 당권 공백상태가 이어져왔다. 페레스는 이날 노동당 중앙위에서 실시된 당수 선출투표에서 58%를 득표, 28%에 그친 에프라힘 스네 후보를 제치고 1년 임기의 당수에 선출됐다. 이스라엘 라디오는 페레스 후보의 득표율을 58%로 보도한 반면 일간 하아레츠는 과반 득표에도 못 미치는 49.2%라고 전했다. 투표 자격이 있는 중앙위원 2천400명가운데 40%가 참여했을 정도로 투표율도 저조했다. 페레스는 당선 수락연설에서 "노동당이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다는 나의 확고한 신념 때문에 당선된 것"이라며 "노동당이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페레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에 기여한 공로로 1994년 이츠하크 라빈이스라엘 당시 총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던 인물. 그러나 그는 국제사회에서 평화과정의 선구자로 높은 인정을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정치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페레스는 5차례나 총리 선거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비록 3차례 총리를 역임하긴 했지만 총리 유고 등 비정상적 상황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1977년 이츠하크 라빈 당시 총리가 부인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퇴하자 처음으로 후임 총리에 올랐다. 1984년에는 리쿠드당의 이츠하크 샤미르 당수와공동 총리를 맡았다. 당시 총선에서 노동당과 리쿠드당 모두 단독 정부 구성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어 1995년 11월에는 이츠하크 라빈 당시총리의 암살로 공석이 된 총리를 맡았다. 그는 또 2000년 은퇴를 앞둔 원로 정객들이 거치는 의전적 자리인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으나 그 마저도 리쿠드당의 모셰 카차브에 패했다. 페레스는 노동당이 2007년 총선에 대비해 새 지도자를 선출하는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당을 이끈다. 그는 내년에 실시되는 당수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노동당이 페레스의 총리 및 당수직 재도전을 완전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