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2일 아바나 주재 스페인대사관 건너편에서 쿠바의 민주화를 촉구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을 유럽국가들이 지지한데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다. 또 그의 동생이면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72세의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 역시 이탈리아 대사관 맞은편에서 가두시위에 나섰다. 76세의 카스트로는 이날 경호원, 측근들과 함께 4시간정도 진행된 시위에서 10여분간 가두행진을 했다. 시위에는 쿠바전체 인구의 9%에 해당하는 1백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외신들은전했다. 쿠바당국은 아바나 주변 주민들의 집회 참석을 돕기 위해 수백대의 버스를 동원했으며 이날 하루 휴무조치를 내려 시민들이 행진에 동참하도록 했다. 쿠바인들은 스페인 총리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와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파시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와 베니토 무솔리니로 각각 표현한 포스터를 들고 쿠바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가두시위에 나섰다. 관영 방송 아나운서는 스페인대사관 인근 구(舊) 아바나의 말레콘 해안고속도로에서 "파시즘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혁명이여 영원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탈리아 외무성은 12일 카스트로 의장이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대규모 집회를 가진 데 대해 분노를 표시하기 위해 이탈리아주재 쿠바 대사를소환했다. 이탈리아 외무부 성명에 따르면 이탈리아 외무부의 고위관리는 마리아 데 로스앙헬레스 플로레스 프리다 쿠바 대사를 불러 카스트로 의장이 지난 밤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탈리아 총리를 겨냥해 공격적인 표현을 한 데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 카스트로는 국영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어릿광대를 뜻하는'부를레스코니(Burlesconi)'라고 여러차례 조롱하듯이 비꼬았다. (아바나 로마 AP d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