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적정한 '달러가치'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두 차례나 미국경제의 '디플레'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달러가치 결정은 궁극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두 책임자의 이같은 발언은 가뜩이나 하락세를 보이던 달러약세를 부추기는 촉매역할을 했다. 이달초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8(선진7개국+러시아)정상회담에서도 달러움직임에 원론적 입장만을 표명했을 뿐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달러약세는 세계경제에 몇가지 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첫째는 디플레 예방이다. 달러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미국내 물가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다시 말해 달러가치 하락으로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경제가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이다. 대다수 미국의 정책입안가들은 '인플레적' 상황에서 자라왔고 '강한달러가 좋다'는 교육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리플레(통화팽창)'정책을 펴야할 상황에 처했고,유럽과 일본도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의 미국경제에 대한 '디플레 경고'는 폴 볼커 전 FRB의장이 1979년부터 시작한 '인플레와의 전쟁'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둘째 달러약세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미국의 제조업 회복을 촉진시킨다. 수출상품 가격하락으로 미국제품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 제조업생산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경우 대미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도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달러가치는 추가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화가치는 한번 방향을 잡으면 상당히 오랜 기간 트렌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엔화 등 주요 외국통화에 비해 달러가치(최고치 기준)는 95년 대비 50%정도 급등했다. 하지만 올 들어 하락률은 10%정도에 불과하다. 추가적으로 10∼20% 하락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다. 셋째 달러가치 하락은 그동안 금리인하를 꺼렸던 유럽중앙은행(ECB)으로 하여금 '추가금리인하'를 단행(지난 5일·2.5%에서 2.0%로)하게 만들었다. ECB의 금리인하는 경기회복 둔화로 고민하고 있는 유로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넷째 달러약세는 이미 제로금리로 운신의 폭이 좁은 일본으로 하여금 좀더 적극적인 통화팽창 정책을 펼 기회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인플레 타기팅' 목표치를 높이고,일본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풀어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공격적 달러매입'이라는 수단으로 엔화약세 저지에만 신경을 썼다. 달러가치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미국경제의 회복정도,유럽 및 일본의 대응방향 등에 달렸다. 또 유럽기업들이 '강한 유로'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호소하는 등 달러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디플레가 우려되는 시대에 '약한 달러'를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세계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Don't Fear a Weaker Dollar'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