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총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노동당 당권을 놓고 격돌했던 1994년 권력을 나눠 갖기로 비밀협약을 체결했으며 이후각각 총리와 재무장관이 됐다고 일간 가디언이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브라운 재무장관이 당권 도전을 포기하는 대신 블레어 총리는 브라운장관이 주창해온 `사회적 평등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약속했다면서 이런 내용의 약속을 담은 300 단어 분량의 문서를 공개했다. 신문은 영국 노동당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인 블레어 총리와 브라운 장관이 94년 존 스미스 노동당 당수의 급작스런 사망이후 런던 북부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당의 운명에 관해 숙고한 뒤 이 같은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주소와 날짜가 기록되지 않은 이 문서는 블레어 총리의 최측근인 피터 만델슨의원에 의해 초안이 만들어졌다. 정치 분석가들은 블레어와 브라운 사이에 권력분점에 관한 밀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왔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서는 "고든 브라운은 노동당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평등의의제'-사회적 정의, 고용과 교육 기회 확대-를 상세히 설명했다"면서 "토니 블레어는 이를 추진할 것을 보장했다"고 적고 있다. 만델슨 의원이 작성한 초안에는 "토니 블레어는 (브라운이 제시한 평등의 의제에)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되어 있었으나 브라운 장관이 자필로 "블레어는 이를 추진할 것을 보장했다"고 고쳐 적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브라운이 당권 경쟁을 포기하고 블레어를 밀어주기로 한 이 밀약에 따라 블레어총리는 노동당 당수가 됐으며 97년 실시된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정권을 잡았다. 이 밀약은 그러나 블레어 총리가 종국적으로 브라운 장관에게 당권을 물려줄 지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블레어와 브라운의 관계는 노동당 집권 이래 계속 악화돼 왔으며 유로화 가입여부를 놓고 블레어 총리는 찬성, 브라운 장관은 반대 입장을 고집해 더욱 첨예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