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위르겐 묄레만(57) 전(前) 독일 부총리가 5일 스카이 다이빙을 하던 중 추락사했다. 사망 당시의 정황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묄레만 전 부총리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독일 언론은 보도했다. 스카이 다이빙광(狂)인 묄레만 전 부총리는 이날 오후 12시50분 께 독일 서부마를-뢰멜레 공항 인근 해발 4천m 상공의 소형 비행기에서 동료 9명과 함께 낙하했다. 시사 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당초 그의 주낙하산이 정상적으로 펴졌으나 1천600m 지점에서 갑자기 주낙하산이 그의 몸에서 이탈됐으며, 보조 낙하산 마저 펴지지 않은 채 그대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묄레만 전 부총리가 사망하기 불과 1시간여 전에 독일 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를 받아온 그의 의원으로서의 면책특권 박탈을 만장 일치로 가결했다 또 법원으로부터 그의 자택을 비롯해 사무실, 해외에 있는 별장과 은행계좌 등모두 25곳에 대한 압수 수색영장을 받아놓았던 독일 검찰은 하원 결의 직후 증거물을 찾기 위한 수색을 일제히 시작했다. 작년 9월 총선 당시 그는 독일 내 유대인 지도자인 미하엘 프리트만과 아리엘사론 이스라엘 총리를 비난하는 선거 유인물을 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 과정에서 유인물 비용을 해외의 반(反)이스라엘 진영으로부터 제공받았거나그 자신의 돈이라 할지라도 선관위나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자금일 수 있으며, 공금을 유용한 혐의도 있다는 의혹 등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벌여왔다. 묄레만은 독일-아랍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독일 정치인 가운데 아랍에 대한 가장적극적 지지자였다. 자민당은 이미 작년 총선 직후 그에게 선거 참패 책임을 물어 부당수 직위를 박탈한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아예 당에서 축출했다. 지난 1972년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처음 진출한 묄레만은 기민련 출신 헬무트 콜 전 총리가 이끄는 보수 연립정권에서 교육장관과 경제장관을 지냈다. 92년에 경제장관 겸 부총리에 오른 그는 그러나 93년 자기 친척 회사의 물품을구매토록 기업들에 압력을 넣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아 물러났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