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국가 주석으로 공식 선출된 후진타오(胡錦濤)가 26일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다. 내달 5일까지 12일동안 외유하는 그는 G8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개별회담을 갖는다. 또 러시아 프랑스 카자흐스탄 몽골 등 4개국을 도는 등 외교 일정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후 주석은 '조용히' 떠나기로 했다. 후 주석은 국가 지도자가 해외 방문 길에 오를 때마다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거행하던 공식 환송 행사를 이번부터 없애기로 한 것이다. 환영 행사도 갖지 않기로 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국가지도자 해외방문 의전의 개혁'이라고 자평한 이번 조치는 중국 신 지도부의 탈권위주의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후 주석은 최근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와의 전쟁'에서도 인민 속으로 들어간 국가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스의 발원지'로 꼽히는 광둥성의 광저우에서 예정에 없던 곳을 방문,인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캉지페이뎬(抗擊非典: 사스에 반격하자)을 외치는 중국 TV 공익광고에 단골로 나오는 장면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역시 대학병원 공사장 주택가 등을 발로 뛰며 사스 확산 방지 실태를 현장에서 점검하고 있다. 지난 춘절(설: 음력 정월 초하루) 전날 탄광 막장에 내려가 광부들과 만두를 먹으며 애로사항을 듣기도 한 그는 자칭 '평민 총리'다. 베이징의 한 대학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나뭇가지의 한 잎이며,그 잎은 사스 걱정에 눈물이 나와 잠을 못이룬다"는 소회를 털어놓은 원 총리를 인민들은 '우리 원 총리'라고 부른다. 후 주석과 원 총리 모두 중국의 인민들이 직접 뽑은 국가 지도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탈권위주의를 통해 '인민의 지도자'로 거듭나고 있다. '국민의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 지도부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