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집단소송 남발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회와 사법부가 앞장서 견제장치 마련에 나섰다. 미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공회의소도 집단소송제의 개혁을 촉구하는 등 집단소송제 원조국에서 관련 제도의 기능을 축소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22일 변호사들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주(州)를 골라 집단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소송이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단소송 공정법'을 입안했다. 집단소송 공정법은 관련 피고인들이 여러 주 출신일 경우 연방법원에서 이를 다루도록 하고 변호사들이 턱없이 많은 수임료를 챙기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앞서 미 상공회의소는 21일 토머스 도나휴 회장 이름으로 집단소송제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도나휴 회장은 "연간 수천건에 달하는 집단소송이 제기됨으로써 기업들은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 및 자금을 허비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일부 기업들은 여기에 대처하느라 사업을 송두리째 날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 미국기업들이 경쟁력 제고보다는 이에 대비한 자구책 마련에 상당한 시간과 자금을 낭비하고 있다는게 상공회의소측의 지적이다. 또 플로리다주 제3연방 항소법원은 이날 필립 모리스 등 5개 담배회사들에 1천4백50억달러(1백74조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3년전 한 지방법원의 집단소송 평결을 기각, 집단소송제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항소법원은 "개별 흡연자들의 책임이나 보상을 결정하기 전에 70여만명의 전 피고인에게 막대한 징벌적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은 법률적 오류를 안고 있다"며 집단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평결했다. 모건 스탠리의 담배산업 분석가인 데이비드 아델만은 "이번 결정은 담배회사에 대한 집단소송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