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장난에 가까운 테러위협을 29년가까이 비밀로 분류하고, 비밀해제 뒤에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드러나 정보기관들의 '기밀 만능주의'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21일 공개된 CIA 비밀문서에 따르면 CIA는 지난 1974년 12월17일자 '국제테러에 관한 주간 정세보고서'를 통해 "'에베네즈 스크루지 순교자그룹'이란 정체불명의 신생 단체가 1주일후인 24∼25일 밤 북극 정부의 연례 항공편 운항을 방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또 "북극 '국무총리'인 산타 클로스에게 이를 통보했으며, 전세계적인 보안예방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CIA가 이런 위협이 장난이라는 점을 알았는지 또는 성탄절 '조크'로 이를 주간정세 보고서를 삽입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산타에 대한 테러 위협은 주간 정세보고서에서 중동지역 및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재 영국대사관 등에 대한 테러공격 및 비행기 납치 가능성 등과 함께 다뤄졌다. CIA는 산타에 대한 테러 위협이 미덥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99년 주간정세보고서를 기밀문서에서 해제하면서 산타 관련부분을 모두 삭제한 채 공개했다. 조지 워싱턴대학 부설 민간연구기관으로 정보공개법을 통해 정부문서 비밀해제를 모색해온 '국가안보문서보관소'(NSA)는 이날 정부기관의 과잉 기밀분류에 항의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CIA의 지난 74년 비밀문서와 99년에 일반에 공개된 수정본을 함께 공개했다. NSA는 성명을 통해 "산타 사건은 정부의 국가안보 비밀주의에 점철된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결정을 조명하는 수많은 비밀문건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kh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