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은 20일 대(對)이라크 제재를 즉각 해제하고 이에 따른 석유 판매수입을 미국 주도의 점령군이임의대로 처분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이 결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영국과 함께 두 차례 수정작업을 마친 미국은 "충분한 지지"를 자신하며 이날 회동을 마지막으로 21일 중에 표결을 실시할것을 희망했으나 4시간여 걸친 협의를 마친 뒤 표결이 22일 이후에나 이뤄지게 될것이라고 밝혔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약간의 추가 작업이 필요하게 됐다"면서 "일부 문제와 관련해 결의안 후원국들이 수정을 검토할 용의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말했다.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은 원안과 1차 수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으며 최종안에 대해서도 유엔의 역할이 분명히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불만을 가진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잉판(王英凡)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아직도 논의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해표결에 이르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장치웨(章啓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안보리 회원국간 논의가 "긍정적인 진전"을 보였다고 말했으며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안보리가 이번주 안에 대이라크 제재 해제에 관해 결말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결의안 초안의 대폭 수정을 요구하던 때에 비해 훨씬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프랑스는 거부권 행사 대신 기권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보리 외교 소식통들은 2차 수정을 거친 결의안의 논란 초점은 점령국인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통치 시한이 설정돼 있지 않고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따른 거래계약 처리 문제 등 두 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주 만장일치 찬성을 희망한다고 밝혔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파리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G8) 외무장관 회담 전날까지 결의안을 통과시키려는 의지로 20일 안보리 회원국들에게 전화를 통한 막바지 설득작업을 벌였다. 그는 이바노프 장관에게 두 차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 및 아나 팔라시오 스페인외무장관에게 각각 한 차례 전화를 걸었다.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은 최종안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거부권사용 가능성은 거론하지 않았으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9일 시사한대로 기권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리치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는 이와 관련, 이라크 문제로 양국간에 또다시 분쟁이 재연될 경우 무역관계가 손상될 것임을 경고했다. 최종안의 내용은 이라크 민주정부 수립과 유엔의 위상 강화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과 영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대표성있는 정부"가 들어설때까지 실질적인 권한과 석유수입 사용권을 장악하도록 하고 있다.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주재 영국 대사는 "지금까지 겪은 것에 비하면 현재 분위기는 놀라울만큼 긍정적이고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유엔본부.워싱턴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