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공격양태가 변화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게 되면서 알 카에다는 미 대사관, 금융시설 등 기존 목표물보다 경계가 덜 삼엄한 연성목표물(Soft targets)로 표적을 이동하고 있다. 또 세계 각지의 테러망과 연계해 테러를 공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알 카에다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는 지난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국인 주택단지, 모로코의 스페인계 레스토랑 자폭 테러 사건과 지난해 11월 케냐 몸바사 호텔 테러 사건. 아프리카의 미 대사관과 예멘의 미 군함, 세계무역센터(WTO) 등 미국의 시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세계 각지의 연성 목표물을 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전문가들은 알 카에다가 이처럼 세계 각지의 연성 목표물을 타격하면서 두 가지성과를 한꺼번에 거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제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알 카에다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미주 대륙까지 널리 퍼져있는 연계 세력들의 목표까지 함께 이뤄낸다는 것. 이같은 국제 테러망은 발각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발각한다 하더라도 소탕하기는더더욱 어려워 테러 근절을 외치는 각국은 더욱 난감해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테러 전문가 보아즈 가너는 "알 카에다와 그에 연계된 테러 조직들은 매우 광범위한 테러 목표를 지니고 있으며 알 카에다는 이들 다양한 목표물들 중 가장 공격하기 쉬운 것을 택해 타격을 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9.11테러와 아프간 전쟁을 계기로 알 카에다 및 연계 테러망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획득했다고 추정할 수 있지만 "새로운 정보망을 구축하고 정보원들을 심어놓지 않으면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테러 계획에 직면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90년대 초반 미군의 사우디 주둔에 불만을 품고 대미항전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알 카에다가 최근 들어 그 공격 목표를 서방 세계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국경없는 테러와의 전쟁이 21세기 국제정치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