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경제에 경기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소폭이나마 성장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지난 1분기(1-3월)중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2개국)경제가 모두 제로성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경제의 축인 독일 이탈리아 및 네덜란드는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 기간중 미국 경제도 기대치(2.3%)보다 낮은 1.6%의 저성장에 머물러 세계경제 회복전망은 오히려 불투명해 지는 상황이다. ◆제로 성장한 일본,2분기는 마이너스 성장 우려=일본 정부는 16일 수출 부진으로 1분기 성장률이 '제로'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개인 소비와 기업 설비투자 등 내수는 나쁘지 않았지만 수출이 0.5% 감소해 제로 성장에 그쳤다. 이로써 일본경제의 미약한 성장세는 4분기 만에 끝났다.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경제재정상은 "1분기 중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은 늘었지만 이라크전쟁 우려로 소비가 위축된 미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경제가 성장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일본경제가 재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전쟁은 끝났지만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과 침체 기미가 강한 유럽경제로 인해 수출을 확대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아시아지역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엔고까지 발생,수출여건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AIG글로벌투자 그룹의 요코하마 에이시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에는 수출이 더욱 감소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 걸음 나아가 "일본경제가 올 가을께 다시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제로 성장 3분기까지 이어질 듯=유럽지역에도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로통계청(Eurostat)은 15일 "지난 1분기 유로존 평균 경제성장률은 0%로 이른바 '제로 성장'에 머물렀다"며 "제로 성장은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경제성장률은 당초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했던 0.2% 성장보다 낮은 결과다. 특히 유로존 경제 규모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독일이 마이너스 0.2%의 성장률을 보인 것을 비롯 이탈리아 네덜란드도 각각 마이너스 0.1%와 마이너스 0.3%의 성장에 그쳐 평균 성장률을 하락시켰다. 유로통계청이 이례적으로 1분기가 끝난 지 45일 만에 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한 점도 상황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통상 유로통계청은 분기가 끝나고 70일이 지난 후 성장률을 발표해 왔다. 유로통계청의 조기 경고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금리 인하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U 상공회의소의 아르날도 아브루지니 사무총장은 "ECB가 신속하게 금리를 내리는 방법 외에는 경제를 살리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훈·유영석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