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차세대 유럽 군수송기 엔진을 유럽 컨소시엄 제품으로 채택한데 대해 미 의회와 업계가 강력히 반발해 귀추가 주목된다. 의회와 업계는 정작 계약을 놓친 북미 업체인 프랫 앤드 휘트니는 사태가 더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속속 목소리를 내면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필요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라고까지 요구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백악관이 이라크 전후복구시장 문제로 EU의 감정이 좋지 않은 점을감안해 이번 항공기 엔진 건에서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감이 의회와업계에서 일고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대(對) EU 무역 관계에서 `공격적' 자세를취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소속의 존 라슨 하원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백악관이 이번 건을조사해 필요할 경우 WTO에 제소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리버맨 상원의원도 "이번 사안이 자유무역 정신을 위반하는 명백한 보호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그대로 방치할 경우 유사한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행정부가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의원은 특히 유럽 차세대 군수송기 A400M 제작사인 유럽 항공기 컨소시엄에어버스가 지난주까지만 해도 "가격 조건이 좋다"면서 프랫 앤드 휘트니 엔진을 쓰겠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돌연 경쟁사인 유럽 엔진 컨소시엄 EPI에 가격을 다시 써낼기회를 준 후 전격적으로 EPI와 계약했다고 발표했음을 상기시켰다. 이것이 명백한공정거래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라슨 의원은 이와 관련해 "프랫 앤드 휘트니사 제품이 EPI에 비해 근 20%나 가격이 저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어버스사 대변인은 엔진 가격에 대해 함구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엔진발주 가격이 34억달러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들 엔진은독일, 프랑스 및 영국 등 유럽 7개국이 발주한 모두 180여대의 A4OOM에 장착된다. 유럽 언론은 계약이 확정 발표되기에 앞서 프랫 앤드 휘트니로 결정될 경우 독일, 프랑스 및 영국이 비토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군수송기에 당연히 유럽 엔진이 장착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기도 했다. 미항공산업협회(AIA)의 존 더글러스 회장은 "이번 건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백악관이 이 문제에 좀 더 공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제품이 차별받지 않도록 의회와 행정부가 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더글러스 회장은 "EU 정부들이 역내 항공산업을 직접적으로 보조해 미 업계에타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미국도 이에 맞서 연구.개발(R&D) 지원을본격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라슨 의원과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은 미 항공업계에 11억달러의 R&D 지원금과 2억달러의 추가 보조를 제공토록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정작 계약을 따내지 못한 프랫 앤드 휘트니측은 사안이 더 악화되는 것을 꺼리는듯한 입장을 취했다. 캐나다에 있는 프랫 앤드 휘트니의 모회사인 미 하트포드 소재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코프(UTC)의 조지 데이비드 회장은 "이번 건을 제소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건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만 덧붙였다. 반면 라슨 의원 등은 "회사측이 제소하지 않더라도 필요할 경우 미 당국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