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이 이라크전 이후 처음으로 양국을 상호 방문하는 등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한 독일의 반대로 악화된 양국 관계의 개선에 나서고 있다. 페터 슈트루크 독일 국방장관은 오는 4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위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며,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과 양자 대화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베른트 뮈첼부르크 외교 담당 보좌관도 4일을 전후해, 볼프강 클레멘트 경제노동장관은 19일-22일 각각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미국 측에서는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 대표가 2일 독일을 방문하는데 이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달 중순 베를린을 찾아 슈뢰더 총리 및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독일 일간 빌트는 파월 장관이 12일이나 13일 독일을 방문한다고 보도했으나 외무부는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만났던슈뢰더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내달 초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릴 공업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다시 조우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고위 관리들이 이라크전 이후 처음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라크전으로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양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독일 언론은 밝혔다. 그러나 양국이 이라크 전후 복구와 유엔의 역할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등 4개국의 EU 공동방위정책 추진 등 여러 분야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완전한 관계복원'을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며 오히려 갈등이 심화될 소지 마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 대부분의 독일인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메우 비판적이면서도 미국과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FTD)의설문조사 결과 56%가 현재 독-미 관계가 나쁘다 또는 매우 나쁘다고 답했으며, 10명중 8명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일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했다. FTD 3일 자에 전체 내용이 게재될 설문조사에서,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에 가장충실한 영국과 독일의 현재 관계에 대해 좋은 상태라고 밝힌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적극 반대한 프랑스나 러시아와의 현 관계에 대해선 각88%와 55%가 좋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앞서 시사 주간지 슈테른과 민영 TV 방송 RTL이 지난 달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응답자의 74%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