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새 정권 향방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특히 석유 산업이 향후 어떻게 관리될지를 놓고 그 주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20일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일 인터넷판에서 전후 이라크 석유 산업을 누가 통제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바그다드발로 보도했다. 신문은 이라크 석유부 청사를 지키는 미군들이 석유장관을 비롯한 주요 간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반체제 세력인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른바 `석유조정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나 이것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고 전했다. 팔랄 알-카와자란 인물은 자신이 위원회를 대표한다면서 석유부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회견에서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석유부 간부인 파리스 누리는 위원회가 석유부 청사 출입이 가능한 인사를 담은 리스트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 갓 귀국한 반체제 인사로 바그다드의 실질적인 시장 역할을 한다는 모센 알-주다이디가 곧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특별 각료회담에 이라크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할 것이라는 내용도 20일 위원회에 의해 발표됐다. 그러나 누가 그런 결정을 내렸느냐에는 석유부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함구했다. 자신이 석유부 간부라고 밝힌 익명의 인사는 "나한테 `이제는 더 이상 석유부 간부가 아니다'라고 말한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위원회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면서 "그들이 누구인지, 또 누가 위원회를 구성했는지를 모른다"고 말했다. 또 위원회와 관련해 어느 누구로부터도 접촉받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석유부 관리들은 지난 17일부터 청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약탈당한 청사 곳곳을 복구시키는 것. 석유부의 경우 다른 관공서들에 비해 약탈 피해가 덜해 그나마 수월하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다 .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군 대령은 "이라크인은 쿠데타를 많이 봐왔다"면서 "우선 살아남아야 하며 새 정권이 들어서면 살생부가 작성되며 이에 따라 선택된 인물은 다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이 단시간에 끝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1주일 이상은 더 있어봐야 상황을 알게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 투자자들도 이라크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역내 최대 은행인 사우디의 내셔널 커머스 뱅크 소속 사에드 알-샤키 수석연구원은 AFP 회견에서 "이라크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신정부가 들어서야만 안정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국 회복에 대한 일정표조차 없는 상태라고 그는 강조했다. 리야드 뱅크의 압둘와합 아부-다헤시 수석연구원도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리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증시나 부동산에 돈을 넣어놓고 관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신정부가 구성되면 투자자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의 저명한 실물경제학자 이산 부 훌라이가는 "미국과 영국군이 이라크에 장기 주둔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이 경우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껴 결정을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라크 전후 회복이 조만간 가속될 것으로 보고 중동 최대주식시장인 사우디와 쿠웨이트에서 투자자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라크 상황이 사담 후세인 때에 비해 어떤 식으로든 더 나아질 것으로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나마 낙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