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대부분 지역 장악에 성공하고도 민간인의 극성스러운 약탈행위를 수수방관해 오던 미.영군이 마침내 현지인들과 함께 치안 회복에 나섰다.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외국 기자들이 묵고 있는 팔레스타인 호텔 밖에서는 13일 밤까지도 미 해병대와 이라크 민병대와의 총격전이 계속됐지만 낮에는 약탈자들을 제지하는 검문이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일요일인 13일 바그다드 시내 통상부 건물과 라시드 극장, 관공서와 아파트 건물 들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약탈자들의 방화를 말해주고 있었지만 값나갈 만한 물건들이 거의 동난 듯 약탈행위도 수그러 들었다. 티그리스강을 가로지르는 타무제 다리의 검문소에서 통행 차량들을 검문하는 미해병대 병사들은 픽업 트럭 위주로 의심스러운 차량들을 조사한 뒤 화장실 변기와오디오 스피커, 의자, 냉장고 등 약탈품들을 압수해 길가에 쌓아놓고 있다. 전기 스파크로 시동을 건 도난차량들도 압수돼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통역으로 나선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검문을 벌이던 스티븐 크리스토퍼 중사는 "아랍어라면 `손 들어' `총 내려놔' 정도만 알면 될 줄 알았는데 검문하다보니 `거짓말 마라. 누굴 바보로 아나' `도둑질하면 쏘겠다' 따위의 약탈범 대응 회화까지 저절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보부 밖 중앙분리대에서 통행 차량들을 검문하던 한 미군은 "약탈을 중단시킬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최우선 목표는 우리 쪽 희생자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그다드 주민들은 지난 9일부터 극성을 부리던 약탈범들이 미 해병의 거리 순찰로 겁을 먹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군과 이라크 경찰의 공동순찰은 빠르면 14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 지역에 치안력이 미치지 않아 일부 바그다드 시민들은 온갖방법을 동원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주택가들은 대부분 진입로에 콘크리트 블록과 불에 탄 차량, 나뭇가지 등을 쌓아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으며 알-만수르 대학은 교수 등 교직원들과 그 가족이 나와 경비를 서고 있다, 이 대학에는 며칠 전 포크레인과 트럭을 동원한 약탈범들이 교문을 부수고 들어오려고 한 일이 있어 자경단은 무수히 공포를 쏘아대며 폭도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 한편 이라크 남부의 바스라와 알 파우에서는 미.영군이 현지인들을 치안 업무에동원, 미.영군과 함께 이라크 경찰관이 개전 후 처음으로 녹색 제복 차림으로 나란히 거리 순찰에 나섰다. 지난 수 주간 약탈범들이 바스라를 휘젓고 다니는 동안에도 미.영군이 두려워숨어있던 경찰관 압둘 아미르 카심(32)은 이날 영국군과 함께 순찰에 나서면서 "우리 도시를 약탈로부터 보호하고 싶었지만 두려웠다. 이제 신의 자비로 다시 업무에복귀했다"고 말했다. 교통정리에도 이라크 교통경찰이 다시 동원됐다. 현지 부족장들을 민간 자문기구에 임명한 것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카심은 말했다. 알 파우에서는 전직 소방관 모이에르 압둘 자바르(45)이 개전 후 이 도시의 첫경찰관으로 임명돼 13일 영국군과 함께 순찰에 나섰으며 이날 두번째 경찰관이 임명됐다. 영국군은 추가로 30명의 경찰관을 모집할 예정이다. 그러나 남부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영군은 이라크 군의 협력을받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바스라 외곽 아부 알 카시브를 점령한 영국군은 도시 전체의 급수난을 해결하고도 남을 식수처리 시설이 전혀 파손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으나 이를 가동시킬 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영국군 관계자는 상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직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지의 민간기업이라도 복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군과 페다인 민병대는 영국군의 진주에 앞서 달아나면서 대다수의 민간인프라를 파괴해 버렸지만 이를 복구할 인력과 장비 모두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바그다드.알 파우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