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요도시에서 약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은 13일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고향이자 추종세력의 마지막 거점인 티크리트에 진입,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감으로써 이곳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면 이라크 경찰과 협력해 치안질서를 회복하겠다는 미국측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고대 유물의 보고인 이라크 국립박물관마저 약탈됐고 바그다드 주재 한국대사관 약탈 현장도 연합뉴스 종군기자들에 의해 확인됐다. ◇미군, 티크리트 진격 = 미 해병대가 13일 티크리트에 진입하고 교전이 치열한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 지역 부족장들이 항복협상을 주선하고 나서 티크리트도 곧미군 수중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탱크 250대를 앞세우고 티크리트로 진입, 시 외곽 지역에서 이라크군 탱크 5대를 파괴하고 최소한 15명을 사살하는 등 전투를 시작했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토미 프랭크스 미군 중부사령관은 CNN 인터뷰에서 미군이 티크리트에서 거의 저항에 직면하지 않고 있다는 최근 보고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미군이 티크리트 외곽또는 중심부까지 진입했는지, 그리고 이 도시가 함락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후세인은 이라크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티크리트에서도 미군이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있으며 이 지역의 후세인 추총자들은 모두 달아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티크리트 외곽에서 취재중인 CNN 특파원은 이 지역 고속도로에 후세인의초상화가 아직 손상되지 않고 걸려있는 등 티크리트에는 연합군의 군사력이나 약탈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티크리트의 부족 지도자 22명은 후세인 추종 이라크 민병대의 항복협상을 주선하기 위해 미군측에 폭격 중지를 요청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압둘 아지즈 알 나사리 부족장은 미군측에 "우리는 항복할 용의가 있으니 폭격을 중단하도록 해 달라. 폭격을 중단한 후 페다인 민병대에게 항복을 설득할 수 있는 이틀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 북부 거점도시인 키르쿠크와 모술을 점령했던 쿠르드족 민병대가미군이 이 도시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함에 따라 철수했다고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이 밝혔다. ◇바그다드 약탈 지속 = 미군이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경찰과 합동으로 순찰을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약탈사태는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군이 바그다드 중심부 티그리스강의 교량 2개를 재개통함에 따라 이라크인들은 13일 다리를 건너 아직 약탈이 일어나지 않은 티그리스 강서쪽으로 넘어와 알-살람 대통령궁 등으로 몰려갔다. 앞서 이라크 정보부는 약탈후 화염에 휩싸였으며 외무부에서도 가구와 에어컨등 각종 집기를 들고나오는 약탈자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의 집과 최고(最古)의 유물을 자랑하던 이라크 국립박물관마저 약탈로 훼손당하자 바그다드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상태에서 미군측의안일한 대처를 비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FP통신은 이날 바그다드가 미군에 함락된 후 처음으로 수십명의 이라크인들이시내 중심부의 팔레스타인 호텔 앞에서 반미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대들은 "하나의 신(神)만이 있으며 미국은 신의 적이다", "이라크를 위해우리의 영혼과 피를 바칠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들이 든 깃발에는 "부시는사담 (후세인)과 똑같다"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또한 이라크 주재 외교공관들의 전쟁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바그다드 시내 한국대사관도 포격과 약탈을 당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바그다드 시내 자드리야구의 티그리스 강변에 위치한 3층짜리 한국대사관 건물벽에는 포격으로 인해 직경 15㎝가 넘는 구멍이 뚫려 있는 등 3개의 포탄 자국이 나있으며 창문에도 수 십 개의 총탄 구멍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또 건물 유리창이 거의 전파됐고 가구와 사무집기 등도 대부분 약탈되거나 파괴됐으며 대사관 건물 내부에는 부서진 집기와 서류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대사관정원의 일부 나무들도 손상됐다. ◇ 후세인 측근 자수...55명 수배자중 처음 = 후세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이라크대량살상무기 폐기계획의 특별 보좌관을 맡았던 아미르 알-사디 중장이 12일 바그다드의 미군에 자수했다고 독일의 ZDF 방송이 보도했다. 알-사디 중장은 ZDF 방송 측에 자신의 신변 안전을 위해 취재진을 동행시켜줄것을 요구, 방송 취재진과 함께 미군 당국에 자수했다. 그는 미군의 이라크 수배자55명 중 첫 자수자로 기록됐다. 이에 앞서 바그다드 경찰 책임자로 알려진 아흐마드 압델라지크 사이드가 12일미군 당국에 자수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소식통들은 사이드가 이날 바그다드 시내 팔레스타인 호텔에 마련된 미군 사무소를 찾아와 자수했다고 전하고 미군 당국은 이들을 조사한 뒤 바그다드 시내 치안확보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이복형제 3명중 한명으로 내무장관 등을 지낸 와트반 이브라힘 하산이 13일 시리아로 도주하려다 체포됐다고 이라크 반정부단체 쿠르드민주당(KDP)이 운영하는 KTV가 보도했다. 또다른 이복 형제 바르잔 알-티크리티는 지난 11일 아침 바그다드 서부 라마디지역의 농장에서 미군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가족의 한 친구가 말했다. 한편 미군은 이라크에 포로로 붙잡힌 것으로 여겨졌던 병사 7명을 찾아냈으며이들의 건강상태는 양호했다고 프랭크스 미군 중부사령관이 13일 CNN 회견에서 밝혔다. 미 해병대는 바그다드 시내에서 자살폭탄 공격용 조끼 310벌을 찾아냈으며 그중 160벌은 폭약이 채워져 있었다고 미군 중부사령부가 발표했다. (워싱턴.바그다드=연합뉴스) 김대영.이기창.임상수.옥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