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은 세 종류의 미디어 스타를 낳았다.아랍 위성 방송 알자지라, 종군기자 피터 아넷,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 인터넷. 21세기 최초의 전면 전쟁인 이라크 전쟁은 전쟁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미디어전 양상을 나타냈다. 지난 91년 걸프전에서는 미국 뉴스 전문 채널 CNN이 전쟁 뉴스를 독점적으로 보도해 성가를 올렸으나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CNN이 막대한 물량을 투입하면서 걸프전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으나 미국과 서방의 시각을 대변하는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반해 알자지라는 속보성과 보도의 정확성 면에서 CNN을 압도하면서 전세계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개전 보도에서부터 CNN을 앞서기 시작한 알자지라는 전황보도에서도 CNN등 서방 언론이 오보를 양산한 것과는 달리 균형잡힌 시각으로 사실에 근접한 보도를 함으로써 신뢰를 얻었다. CNN이 미군의 압도적인 화력과 조기 종전 전략에 중점을 두고 보도한 것과는 달리 알자지라는 이라크군의 저항과 민간인 피해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에 따라 민간인희생을 줄이고 전세계적인 반전여론 형성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은 이번 전쟁에 취재 인력 250명과 취재비용 3천만달러를 투입했으나 20여명을 투입한 알자지라에 패한 것이다. 알자지라는 인터넷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포털 사이트 라이코스는전쟁 기간 한때 `알자지라'가 가장 많이 찾는 검색어가 됐으며 검색 요청 건수가 `섹스'의 3배나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영문 사이트도 개설해 전세계에 아랍인의 시각으로 본 이라크 전쟁을 전달해 주었다. 알자지라의 성가가 높아지면서 국내 언론들도 알자지라 방송 인용 횟수를 늘렸으며 CNN 의존도를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91년 걸프전 발발을 특종 보도해 유명해진 피터 아넷 기자는 이번 전쟁에서는 CNN이 아니라 NBC 특파원으로 바그다드에서 전쟁을 취재했다. 걸프전 당시 CNN은 아넷 기자의 `기자 정신'을 용인하고 이용했지만 NBC는 그러지 못했다. 아넷 기자는이라크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을 "실패"라고 언급, 물의를 빚은 끝에 NBC 방송에서 해고됐다. 아넷 기자는 이라크 방송 인터뷰에서 "미.영 연합군의 전쟁 계획이 이라크의 저항 때문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라크 민간인 인명피해에 대한 자신의보도가 "반전론자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넷 기자는 걸프전 당시에도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이라크측의 입장을반영하는 보도로 미국내 우파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심지어는 이라크를 두둔하는보도를 대가로 취재 편의를 얻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다가 소속사에서 해고됐지만 아직 그의 기자정신이 줄어들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아넷은 NBC에서 해고된 후 다시 벨기에의 한 민영TV에 고용돼 바그다드 취재 현장에 남아있다. 아넷 기자는 미군이 1970년 베트남전에서 신경가스를 사용했다는 그의 보도에대해 미국 국방부가 강력하게 부인하고 CNN이 이 보도를 취소하는 등의 사태로 지난98년 CNN에서 해고됐다. 이라크 전쟁을 전후해 전세계적인 반전 운동이 벌어진 것은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에 힙입은 바 크다. 이번 전쟁은 정보 전달이나 여론 형성면에서 CNN이 주도했던 걸프전과는 달리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함으로써 미디어 측면에서 전혀 새로운 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세계의 반전단체들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인터넷을 통해 반전 여론을확산시키면서 반전 의식은 시민 운동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아랍 언론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소개되는 등 일반인이 주류 언론 이외의 매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서방 주류 언론의 영향력은 과거 어느 전쟁보다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종군기자들이 운영하는 일종의 개인 뉴스 사이트인웹로그(web log)가 기존 언론이 조명하지 못하는 전쟁의 미시적인 부분을 보여줘 새로운 전쟁보도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