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개전 3주만인 9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전격 장악한 데 대해 국제 사회는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향후 이라크 재건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특히 세계 각국에 망명한 이라크인들과 이라크의 침공을 받았던 쿠웨이트 국민은 바그다드 함락 소식에 더욱 큰 기쁨을 만끽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전쟁 중 이라크의 편을 들었던 시리아와 미국의 다음 목표로 지목받고 있는 이란, 이스라엘과 갈등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바그다드 함락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기도 했다. ◆ 서방, 바그다드 함락 환영..종전 촉구 = 미국과 함께 전쟁의 선봉에 선 토니블레어 영국 총리는 바그다드 함락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블레어 총리는 "풀어야할 난제들도 적지않고 이라크 정권에 집착하는 세력들의 강력한 저항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에 적극 반대했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조속히 매듭지을 것을 거듭 당부하는 한편 이라크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종전이 가까워 온다는 것은 '즐거운 징조'라며 바그다드 함락 소식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는 또 전후 이라크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이 강구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이라크인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교황청과 폴란드, 네덜란드도 종전이 앞당겨진 데 대해 공식적인 환영 입장을 밝혔다. ◆ 세계 각국 이라크인들 '환호'= 세계 각국의 이라크 망명 인사들과 이민 등으로 타국에 정착한 이라크인들은 바그다드가 개전 3주만에 함락되고 폭압적인 후세인전제 정권이 끝난데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년전 미국으로 이민와 저지 시티에서 컴퓨터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바시르 모센은 "지금까지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며 하루 빨리 이라크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미국 미시간주의 디어본에 모여사는 이라크인들은 성조기와 이라크 국기를 함께흔들며 후세인 정권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독일 뉘른베르크에서도 영국 국기와 이라크 국기를 내건 자동차 20여대가 경적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는 등 바그다드 함락을 기념하는 이라크인들의 자축 행사가벌어졌다. 그러나 이라크 반체제 단체인 이라크 국민회의(INC)의 아흐메드 아그하 알-찰라비는 후세인 일가와 지도부가 바그다드 북부로 도주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들의 운명이 확실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이라크 정권 붕괴를 선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중동 국가들 엇갈린 반응= 이번 이라크 전쟁으로 가장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중동 국가들은 바그다드 함락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라크의 침략을 받았던 쿠웨이트는 바그다드 함락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는 한편 미.영 연합군의 '큰 희생'을 애도했다. 사바 알-아흐메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승리를 자축하는 이라크 형제들의 모습에 기쁨을 감출 수 없다"며 이라크 주민들의 해방을 위해 미.영 연합군이 감수한 '큰 희생'을 애도한다고 전했다. 하마드 바레인 국왕은 이라크가 비극을 딛고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할 때라고 평가했으며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라크 주민들에 지원할 식량과 의료진을 이라크에 급파할 것을 지시했다.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전후 이라크 재건과정에 적절하고 현실적인 '실용주의적'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이란 관영 IRNA 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은 이란이 전후 이라크 민정을 책임질 제이 가너 장군을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미국 주도의 이라크 통치를 거부했다. 지난 2000년 이후 팔레스타인과 유혈 갈등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이번 전쟁에서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내기를 바란다고 잘만 쇼발 총리 보좌관이밝혔다. 팔레스타인은 이번 바그다드 점령과 관련,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란티시는 "향후 반미-반 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개전후 내심 이라크를 응원했던 시리아인들은 후세인 정권이 생각보다 빨리 붕괴된 사실에 대해 놀라는 분위기였으나 시리아의 정치평론가인 이마드 슈아이비는 이라크군의 마지막 거센 저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파리.런던.뉘른베르크.암만.쿠웨이트시티.예루살렘.뉴욕 AP.AFP.d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