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첨단무기에 대한 믿음이 상대적으로 강한 인물이다. 공군력 및 첨단 통신망을 최대한으로 활용,소규모의 민첩한 지상전으로 전쟁을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것이 그의 기본 전략이다. 이라크 공격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전쟁 전략가들과 자리를 함께 했을 때도 그의 머리 속엔 하이테크의 위용으로 2개월 만에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정권을 축출한 기억이 떠올랐을지 모른다. 럼즈펠드 장관은 부시 행정부에 들어온 이후 군 수뇌부와 '작은 전투'를 벌여 왔다.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을 비롯 대부분 야전지휘관들은 여전히 대규모 지상군투입을 강조하는 '전통적 전쟁방식'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럼즈펠드 장관은 '하이테크 지향적' 전쟁방식을 신봉하고 있다. 이런 견해차는 이라크전쟁 과정에서 크게 불거졌다. 프랭크스 사령관 등은 이라크전쟁에 지상군 등 전통적 병력을 일시에,그것도 대규모로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럼즈펠드 장관은 상황을 봐가며 순차적으로 병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럼즈펠드는 또 공습과 지상전을 동시에 펼치면 쉽게 바그다드에 입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방에서 후세인 정권의 핵심타깃을 집중 공습하면 최전선에선 최소한의 지상군으로도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이라크전쟁은 럼즈펠드의 구상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하이테크 지향적인 첨단전쟁 이론이 이라크라는 거친 사막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지 10여일 동안 모든 것이 럼즈펠드의 희망대로 정확히 작동하지는 않고 있다. 처음 1주일 간의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작전도 펜타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바그다드에 가까워질수록 모래폭풍, 게릴라공격, 자살폭탄공격, 길어진 보급로 등이 연합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초반 공습으로 후세인 대통령과 일선 사령관들의 통신망을 차단시키지도 못했고,지상군 투입 즉시 이라크군이 대규모로 투항할 것이라는 기대도 무산됐다. 물론 아직은 전쟁의 초기단계다. 초반부에 나타난 여러 결점들은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면 극복될 수 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전여론을 의식,'엄격한 제한공격'을 하고 있는 것도 연합군의 진군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소위 '럼즈펠드 전략'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들의 생각이 모아진 것이다. 미국이 우위를 점하는 통신 스텔스테크롤로지 로봇공학 등의 첨단기술을 최대한 활용,초단기에 최대 타격을 준다는 것이 기본골자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펜타곤이 '하이테크 전쟁'을 맹신,이라크에 지나치게 병력을 적게 투입했다고 지적한다. 전쟁이 혼미해지고 있지만 '럼즈펠드 전략이 실패했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라크에서 실험받고 있는 것은 연합군의 용기가 아니라 '새로운 전쟁방식'이라는 점이다. 또한 '럼즈펠드 전략'의 성공여부에 따라 미국의 방위전략 지도가 다시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하이테크 꿈'과 이라크의 '로테크 전략'이 황량한 사막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럼즈펠드 독트린'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이 글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에 실린 'The Doctrine of Digital War'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