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아돌포 아길라르 신세르 유엔 주재 멕시코 대사에게 내달1일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기의장국인 멕시코를 위해 "냉정한 이성"으로 이라크에서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아길라르 대사가 28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아길라르 대사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로스 피노스)에서 폭스 대통령과 20여분간회담한 후 이같이 말하면서, 폭스 대통령의 지시는 "어느 때라도" 이라크에 대한 미국 주도의 전쟁을 끝내는 것을 추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멕시코는 오래전부터 유엔 안보리에서 반전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는데다 차기 안보리 의장국을 앞두고 있어 향후 안보리에서의 역할과 관련해 국제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멕시코는 앞으로 일부 이사국이 이번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 비난 결의안 등을제출하려고 할 경우 안보리 이사국 전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의장국으로서 미묘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집권 국민행동당(PAN) 의원들과 회담한 후 아길라르 대사는 "향후 안보리에서 평화회복을 위한 역할을 존중하는 가운데 매우 중요한 결정들이 취해져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멕시코의 역할은 엄격하게 "제도적인" 성격을 띨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길라르 대사는 안보리 차기 의장국으로서 멕시코가 유엔 안보리에 제시할 의제를 준비하는 작업을 하며 오는 30일까지 수도 멕시코시티에 체류할 예정이다. 그동안 멕시코는 이라크 전쟁을 피하고 외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유엔의 노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이 유엔의 멕시코 대표인 아길라르대사를 해임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는 보도가 난무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달 앞서 노출된 스페인 외교관들간의 비밀전문에도 스페인 정부가 아길라르대사를 폭스 대통령보다 "더욱 전쟁에 반대"하는 인물로 여기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될 정도다. 그러나 아길라는 대사는 자신은 폭스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폭스 대통령의 지시 외에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멕시코시티의 ITAM대학 정치평론가인 아나 마리아 살라사르 씨는 차기 유엔 안보리의 의장국으로서 멕시코의 위치는 앞으로 안보리가 이번 전쟁에 대해취하는 역할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가 뒤로 물러나전쟁을 관망한다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