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저녁 6시30분(현지시간) 쿠웨이트 북서부 사막을 출발해 29일 저녁 6시께까지 정확히 72시간동안 쉬지 않고 이동한 끝에 바그다드 남쪽 180km 지점까지 진군할 수 있었다. 기자가 속한 미군 101공중강습사단 제1전투여단 전방지원대대는 약 200여대의각종 차량을 이끌고 이 곳으로 달려왔다. 하늘에는 블랙호크 공격용 헬기가 끊임없이 굉음을 내며 날고 있다. 이 곳이 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는 광경이다. 이 곳의 정확한 지명이나 위치는 작전상 외부로 유출할 수 없게 돼 있다. 기자와 동승한 스위프트 대위는 단지 닉 네임으로 `셸'이라고만 알고 있으라고 말했다. 이 곳 병력은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 3개 사단 병력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미군공격부대에 탄약과 식량, 식수, 유류를 공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따라서는 직접 전투지원을 나갈 수도 있다고 옆에 있던 벤 수퍼 상병은 귀띔했다. 이라크 남쪽 국경을 통과해서 이 곳까지 도달하는 데는 27일 정오부터 무려 54시간이나 걸렸다. GPS(위성위치추적시스템)상의 직선거리로는 330km 밖에 되지 않지만 중도에 매복이 있을지 모르고 작전상 여러 지역을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맥다리스 상사는 "예상대로 이 곳까지 정한 시간 안에 왔다. 중간에 교전상황이나 이라크 군의 기습이 없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 곳까지 오는 길에 곳곳에서 전쟁 상황임을 느낄 수 있는 순간도 제법 있었다. 28일 저녁에는 전방 몇 백m 앞에서 총성이 수차례 들렸다. 병사들은 모두 차량에서 내려 엎드렸고 선두에선 장갑차에 탄 병력이 로켓포를들고 한동안 사방을 수색하는 긴장감이 밀려왔다. 이라크 국경을 넘어선 이후로 가장 긴박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사막도로 군데군데에는 뒤집혀진 이라크 군의 장갑차와 탱크도 보였다. 아마 개전초기 미군에 밀려 퇴각하면서 낙오된 병력의 것인 것 같았다. 송전탑이 여기저기 보였지만 인적은 없었다. 관리 사무실 같은 건물에는 한눈에봐도 인적이 오랫동안 끊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막 기후 특성상 이 곳에는 회오리 바람같은 모래 폭풍이 끊이지 않고 불고 있다. 병사들은 이 곳에서 아마도 오래 머물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만간 어느정도 진지가 갖춰진 베이스캠프로 또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로이동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바그다드 남쪽 180km 사막지대=연합뉴스) 옥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