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 이라크 2차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반미공조'의 선봉에 섰던 프랑스와 독일이 27일 실시된유엔인권위원회의 특별회의 소집요구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독일은 전날 비공개 회의에서 이라크 전쟁에 따른 인권.인도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회의 소집 요구의 부당성을 지적한데 이어 이날 본회의에서는 서방그룹을 대표해 표결 처리를 요청하는 등 `대변자' 역할을 자임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그룹은 그동안 유엔인권위에서 공동보조를 취해온관례를 유지해왔다. 그렇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회의 소집에는미국과 입장을 달리한 전례가 있고 굳이 특별회의 소집을 반대할 명분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극도로 악화된 대미관계 복원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날 표대결은 비동맹그룹의 맏형인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표를 주도하고 미국,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진영이 반대표를 이끌어내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바람에냉전시대를 연상케 했다. 투표에 앞서 찬성, 반대, 기권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17개국이 나서 열띤 공방을 벌였다. 아일랜드, 일본, 호주, 캐나다, 한국, 태국, 파라과이, 코스타리카 등 8개국은유엔안보리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사안을 다루고 있고 개별 의제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의사를 개진했다. 반면 바레인을 비롯해 브라질, 베트남, 베네수엘라, 중국, 케냐 등 5개국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인도적.인권 상황이 급박하다는 논리를 들어 지지입장을 표시했다. 스리랑카, 인도, 칠레는 나름대로 이유를 들어 기권으로 선회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한국여성단체연합회(여연) 등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NGO 협의지위를 얻은 한국 민간단체들은 12개 국제 NGO들과 함께 특별회의 소집 요청을 지지하고 나서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정부와 국내 민간단체들의 갈등이 국제무대로 확산될 조짐이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