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측의 우려대로 이라크가 설령 생화학무기를 소유해 이를 사용한다 해도 미국-영국 연합군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영국의 전문가집단이 26일 주장했다. 영국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생화학 관련 최고 학자들인 이들은 "이라크가 생화학무기 사용을 결정한다 해도 보호장비를 잘 갖춘 연합군에는 거의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며 생화학무기에 대한 우려가 미군측의 과잉반응임을 시사했다. 영국 왕립과학연구소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이들은 오히려 "최루가스와 같은 치명적이지 않은 독가스를 사용하려는 미국의 태도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브리핑에 참여한 3명의 학자는 리즈대학의 앨리스테어 헤이 환경독극물학 교수, 서섹스 대학의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줄리언 페리 로빈슨 교수, 임페리얼 칼리지런던의 브라이언 스프래트 분자미생물학 교수다. 헤이 교수는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원을 잃어버릴 위험을 감행할지 여부는 정말로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믿지도 않지만 설령 이라크의 공격이 있더라도 연합군의 희생자는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프래트 교수도 "탄저균은 적절한 보호장치로 전장에서 통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측 자료들은 탄저균 같은 생물무기들이 대량파괴와 엄청난 혼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헤이 교수는 물론 "이런 무기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누군가가 런던같은 대도시에 대공포를 야기하기 위한 테러를 가할 작정이라면 훨씬 쉬운 다른 방법이 있다. 폭발물이 생화학무기보다 사용하기 훨씬 쉽다"고 지적했다. 로빈슨 교수도 "현대의 잘 정비된 방독면과 방독 의복들은 장병들을 잘 보호할 것이다.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전장에서 치명적이지 않은 독가스를 사용하겠다는 이미 언급된 미국의 태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치명적이지 않은 독가스, 특히 화학무기협정하에서 사용이 금지된 것들을 전쟁에서 한번 용인하게 되면 당신들은 (미래의) 험난한 길 위에 서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민족 문제나 다른 요소들에 근거한 화학무기 사용을 낳게 되고 결국 몇 세대에 걸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내부의 폭동 통제를 위해 치명적이지 않은 독가스 사용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미국은 화학무기협정상 국내 민간소요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CS가스와 최루가스 등을 걸프지역에 수송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장국기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