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라크 전쟁을 조기에종식시키기 위해 미국과 이라크에 평화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평화안의 내용과분쟁 당사국들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우다 알-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라크 양측에"(평화안을) 제시했으며 긍정적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평화를 위해 모든 문을 두드릴것"이라며 "워낙 중대한 문제라 전쟁의 신에게 맡겨둘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우드 장관은 "지금은 전쟁을 중지시킬 절호의 기회"라며 "막대한 피해만 초래하는 전쟁을 계속하지 말고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외교적 해결노력은 유엔의 소관 사항이라며 "유엔이 이 문제를 논의할 유일한 기구"라고 덧붙였다. 사우드 장관의 제의에 대해 미국은 일단 회의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사우디의 평화안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또다른 관리는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반대 입장을시사했다. 사우디 정부의 발표는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영국군의 이라크 공격을규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지 하루만에 나왔다. 아랍 외무장관들은 그러나 이라크 전쟁과 관련,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의 반발로구체적 행동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선언적 결의 채택에 그쳤다. 사우드 장관은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 이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틀 전에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도전화통화를 갖고 이라크 사태를 논의했다. 사우드 장관은 이라크 국민들이 스스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고 외세의 내정간섭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라크에 대한 군사점령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사우디 왕국은 전쟁 조기 종식을 위한 외교 노력의 이면에 미국의 군사작전을 은밀히 지원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있다. 때문에 전쟁이 장기화하고 이라크민간인 희생자가 크게 늘어날 경우 반정부 극단주의자들의 소요를 심각히 우려하고있다. 사우디 정부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와 이라크 국경지역에 1만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사우디는 또 `페닌슐라 방패군'의 일원으로 쿠웨이트에 3천명의 병력을 파견한 상태다. 막강 화력을 앞세운 연합군에 의한 속전속결을 예상했던 아랍지도자들은 이라크의 예상외로 완강한 저항과 연합군의 고전에 적잖게 당황하는 표정이다. 이라크군의저항과 전과가 알-자지라등 아랍 위성채널을 통해 여과없이 일반 가정에 전달되면서아랍 민중의 이라크 연대감이 최고조에 달해있다. 이는 반전.반미, 친이라크 연대시위로 이어지고 아랍 지도자들의 무능함과 무기력이 연일 성토되고 있다. 아랍 지도자들은 뒤늦게 상황의 예측불가성을 깨닫고 외교력을 재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아랍권 자체의 외교력이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만큼획기적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사우디가 새로운 평화안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망명을 재차 권고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이 이제와서 망명 권고를수용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는게 중론이다. 사우디의 평화안이 다시 대내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인지 양측의 반응이 나올때까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