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들은 25일 이라크의 격렬한 저항으로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한 반면 언론들은 이라크의 '영웅적' 저항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알-아흐람과 알-아크바르 등 이집트 유력 신문들은 이라크 정예부대의 저항으로미-영 연합군의 작전이 새로운 국면에 봉착했다며 "침략군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아크바르는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 소속 기갑사단과 미군 헬기부대간의 치열한전투를 상세히 소개했다. 아크바르도 미-영 연합군이 심각한 손실을 시인했다면서신속한 남부 관통 작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환 유출을강력히 제한하는 행정령을 발동했다. 또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담이 끝난뒤 사우디 아라비아의 사우드 알-파이잘 외무장관과 별도로 만나이라크 위기와 대책을 논의했다. 이틀전 이라크 외교관들을 추방해 역내외 국가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요르단 정부는 자국 영공을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공격을 위해 개방하지 않겠다고거듭 밝혔다. 압둘라 2세 국왕은 터키의 미군 통과 거부 조치로 미군이 요르단을 공격 루트로 이용할 것이라는 보도를 일축했다. 아랍어 일간지 알-두스투르는 "이라크인들의 영웅적 저항에 서방과 아랍세계는물론 이번 전쟁이 연합군의 신속한 승리로 귀결될 것으로 믿어온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논평했다. 신문은 또 "미국과 영국은 백악관의 이스라엘 지지자들이밀어넣은 곤경에 처했으며 오판에 따른 작전으로 이라크의 늪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영자지 요르단 타임스도 서방 정책 입안가들이 전략적 실수를 인정했다면서 미국과 영국이 유엔에서 "명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때가 왔다고 충고했다. 신문은 "전투가 도시전으로 비화할 조짐이지만 신속하고 분명한 승리는 불가능하다"면서 "미국과 이라크가 수렁에서 빠져나올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엔안보리로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위기의 간접 피해국인 시리아 관영 언론들도 이라크전이 미국의 예상보다 오래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영 일간지 티슈린은 신속한 승리를 예고했던 미국 관리들이 이제와서 "길고복잡한 공세"가 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라크 국민들의 항전 의지를 과소평가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이라크 국민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들의 영토와 주권을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침략군에 맞서 국가를 지지할수 밖에 없다"고말했다. 아랍권 최대 일간지 알-하야트도 이라크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친 미.영 연합군이 작전을 수정, 남부지역에서 공세 속도를 늦출수 밖에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날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서 `왕따' 신세로 전락한 쿠웨이트의 아랍 타임스는 사막 모래폭풍으로 진격 속도가 늦춰지고 있지만 연합군이 전열을 재정비해 북진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리비아 정부가 반전 시위대의 쿠웨이트 국기 훼손 사건을 명확하게 처리하지않을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아랍연맹 22개 회원국 외무장관들과 상주 대표들은 24일 미.영국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회원국 장관들은 그러나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해주도록 촉구한 쿠웨이트의 입장을 결의문에 반영하지 않았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