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요 도시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은 채 바그다드를 향해 북진하려는 연합군의 전략은 현지 주민들을 복수심으로 가득찬 무장세력으로부터의 위협과 생필품 부족에 노출시킨 채 이들 지역을 `위험한 진공상태'로 만들고 있다. 미군 사령관들은 가급적 `더러운 시가전'을 피하고 싶은 그들의 바람을 감추지 않으면서 바그다드를 향한 북진과정에서 주요 도시에 대한 정면돌파를 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사프완과 같은 도시에서 전력공급 중단, 상점 철시, 식품과 의약품 부족을 초래하면서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주민들은 식품과 물 공급을 위해 이곳에 도착한 차량 주위에 떼지어 몰려들고 있으며 미군들에게 인도적 지원과 자경단원들로부터 보호를 요청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이틀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 주민들이 북진해들어 오는 연합군을 열렬히 환영하는 이면에는 이들이 떠난 뒤에 위험하고 황량한 도시에 자신들만 그대로 남겨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깔려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라고만 밝힌 한 의사는 "이곳에는 더이상 경찰도 없다. 주민들은 동요하고 있으며 심각한 내부 충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담의 보안병들은 최근 민가를 불태우고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약탈이 자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비밀경찰이 반동분자의 명단을 적고 있다는 루머도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들과 특파원들을 대하는 현지 주민들의 태도도 초기의 온정심에서 적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현지 병원앞에서 대기중이던 한 AFP 사진기자는 얼굴 앞에서 총을 흔들며 `고홈'이라고 속삭이는 이라크인으로부터 수모를 당해야 했다. 영국 헌병대는 후세인에 충성하는 10-15명의 무장 전투대원들이 곧 언론 매체를 공격할 계획이라는 경고가 나온 지난 23일 60여명의 언론인들을 이곳 사프완으로부터 소개시켰다. 언론인 소개를 맡은 한 헌병은 "이라크 무장 전투대원들은 로켓추진 수류탄 발사기, 공격용 라이플 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그들의 목적은 가능한 많은 언론인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중부사령부 부사령관인 존 아비자이드 중장은 이 지역(사프완)이 무질서 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은 부인했지만 비정상적 행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시인했다. 아비자이드 중장은 "남부 바스라 같은 도시들에서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연합군의 도착을 환영했지만, 일부 후세인 지지자들이 저항하고 있다"면서 "거대 도시지역에서 다양한 체제지지 분자들을 모두 통제하고 장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프완 AFP = 연합뉴스) 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