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CNN방송 등을 통해 전쟁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이라크 공습의 정당성에 대한 의견은 서로 엇갈렸지만 전쟁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테러 위협에는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계 제약회사 간부인 데이비드 발람씨(46)는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증거에 설득력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전쟁에 정당성이 있다"며 "하지만 미국 생각대로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반전.반미 여론에 밀려 오히려 부시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마이클 메이틀씨(28.일리노이공과대)는 "정권 연장을 원하는 부시 행정부의 '매파'들이 꾸민 명분 없는 대량 학살"이라며 "외교적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악의 축' 운운하며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보기좋게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같은 미국의 행동은 자국 국민을 9.11 테러와 같은 불구덩이로 몰아넣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캐서린 엠멋씨(35.여)도 "미국이 그동안 쌓아 왔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결정"이라며 "미국에 반기를 들고 있는 중동 국가들로부터의 테러 위협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