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된 20일 한국에 있는 이라크인들을 비롯해 이슬람 교도들과 아랍권 출신 외국인들은 초조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 추이를 지켜봤다. 특히 이라크인을 중심으로 이슬람 교도 6백여명은 2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등 16개국 종교대표 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에 나가 전쟁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중앙 이슬람 성원에는 성원을 관리하는 사무실 직원 외에 예배를 보기 위해 온 이슬람 교도의 모습이 평소보다 많았다. 성원 조민행 사무처장은 "아직까지 이슬람 교도들 사이에 별다른 동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전쟁 당사자인 이라크인들은 이라크에 있는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성원에서 기도를 드리던 이라크인 마지드씨(27.무역업)는 "어제 바그다드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해 빨리 떠나라고 했다"며 "현재로서는 오직 신에게 기도할 뿐"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이라크인 마제드씨(32.상업)도 "부시와 미국에 대해 화가 많이 나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고국에 돌아가 싸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6년째 한국에서 생활 중인 이라크인 모나 켈리씨(49.여.한국외대 아랍어과 강사)는 "어제 마지막 전화통화에서 바그다드의 언니가 모두 칠흑 같은 집안에 모여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공습이 실제로 시작되다니 너무 끔찍하다"며 흐느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