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은 이번 전쟁에서 인명피해를 줄이고 초단기에 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다수의 첨단무기를 동원, 전쟁을 단기에 끝낸다는 전략이다. 외신들은 그동안 미국이 압도적인 병력과 최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48시간동안 바그다드 일대를 집중 공습한 뒤 72시간내에 지상군이 바그다드에 진입, 1주일내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체포 또는 사살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점은 리처드 마이어스 미국 합참의장이 전쟁 수행에 있어서 `속도'와 `단호함'을 계속 강조해왔다는 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라크군의 유전(油田) 방화나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 시가전, 생.화학무기의 사용 등으로 연합군의 발목을 잡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라크측의 지연 전술로 연합군이 조기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전투기간이 길어질 경우 사막지역의 기온이 치솟는 등 기후조건이 악화돼 연합군에게 예상치못한 결과를 안겨줄 수 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쟁은 `속도전' = 영국 BBC방송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 91년 걸프전때의 `사막의 폭풍(Desert Storm)'작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공습에 집중하고 지상군 병력을 크게 줄이면서 특수부대를 주로 투입, 단기간에 전쟁을 끝내는 시나리오다. 걸프전때 미국은 5주동안 공습을 실시한 뒤 지상군을 투입했지만 `이라크 자유작전(Operation Iraq Freedom)'으로 명명된 이번 전쟁에서는 공습과 거의 동시에 지상군을 투입함으로써 전투기간을 줄이고 후세인이 대피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속도전을 위해 일부에서는 미 특수부대가 개전이전부터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해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전투기들의 비행금지구역내 공습도 이라크의 군사력에 타격을 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연합군은 민간인 피해나 사회기간시설의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이라크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자폭탄(e-Bomb)이나 정전폭탄(Blackout Bomb) 등 최첨단 고성능무기와 최신 정보수집 시스템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군은 개전 후 48시간 내에 3천발 이상의 정밀유도폭탄이나 미사일을 이라크내 주요 군사기지나 레이더, 지대공 미사일시스템 등에 쏟아부어 이라크군의 전력을 사실상 마비시킬 계획이다. 이후 지상군은 이라크내 유전을 우선 확보하고 남부 바스라와 북부 키르쿠크를 통해 이라크내로 진격, 바그다드를 포위하고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저항의 돌발변수 = 미.영 연합군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라크측의 생.화학 무기 사용이나 민간인을 방패막이로 삼는 시가전이다.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대량살상무기(WMD)의 보유를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긴 하지만 국경수비대 등 이라크 정예부대가 막판 궁지에 몰릴 경우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라크군이 도로가 미로처럼 얽혀있는 바그다드 시내에서 시가전을 벌일 경우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우려하는 연합군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전투가 될 수밖에 없다. 퇴각하는 이라크군의 유전 방화가능성도 우려되는 점이다. 이미 이라크군이 유전지대로 폭발물을 이동 배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군은 개전후 이라크내 유전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으나 1천500여개에 달하는 유전을 모두 조기에 점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일부 유전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군은 지난 91년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면서 730개의 유전을 폭파해 이 화재 진화에만 8개월동안 400억달러가 소요됐다. 전문가들은 연합군의 무기성능이 지난 걸프전때보다 5∼8배 향상된 점을 감안할 때 미군 1개 대대의 전투력이 이라크군 1개 사단의 전력보다 강하다고 지적하면서 전쟁이 길어야 1∼2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