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된 20일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시시각각 보도되는 전황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민들은 우선 이번 전쟁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시민들은 이번 전쟁을 반대하는 분위기였지만 우리 정부의 파병여부를 놓고 일부 단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서울시내 주유소들과 할인매장 등 상가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손님이 찾는 등 전쟁으로 인한 사재기 현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거리.시민 표정 =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최후통첩 시간인 이날 오전 10시를 앞두고 시민들은 집과 직장 등에서 TV를 시청하며 개전 여부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의 공격이 오래전부터 예고된 탓인지 "올것이 왔다"면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지만 바그다드에 대한 공습 장면이 TV에 나오자 일부시민들은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부정적인의견이었다.

서울대 이홍재(23.공대4년)씨는 "이 전쟁은 유엔의 지지도 없는 국제적으로 명분이 없다"며 "전쟁이 일어나면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이 아니라 여성, 어린이, 노약자 등 소수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양대학교 반전위원회 학생 40여명은 이날 미국의 개전소식이 전해지자 학교내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서명운동과 반전캠페인에 들어갔으며 이날 오후 7시에는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한양대 반전위원회 박밀알(22.여)씨는 "전쟁을 반대하는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 석유패권을 위해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하는 미국의 오만한 태도를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학생들도 전쟁 발발과 동시에 교내에서 미국 규탄집회를 열었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미국이 당한 테러에 대해 대응하는 것은 어느나라든 정당한 자기 방어권이라는 측면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공격하고 싶은 적인 테러 단체와 현실적으로 때릴 수 있는 적인 이라크와는큰 괴리가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경제가 가장 큰 걱정 = 일반 시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국내 경제 문제였다.

회사원 김사민(30)씨는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명분 없는 이번 전쟁은 빨리 끝날 것 같다"며 "당장 주가가 급락하고 기름값이 오르는 등 상당한 시일내에 국내 경기가 침체될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주부 유지연(30)씨는 "기름값이 올라 자가용타기도 무서운데 전쟁 때문에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종엽(65)씨도 "이번 전쟁은 석유유전을 위한 명분 없는전쟁일 뿐"이라며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안 좋아 기업운영이 어려운데 전쟁 발발후에는 경기가 더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상섭 교수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경제적인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1월부터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는 상당 부분 유가급등과 관련되는데, 이러한 요인이 해소되고 기업들의 위축된 투자심리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다만 장기전이 될 경우 심각한 파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군 파병 논란 = 참여연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이번 전쟁은 힘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부시 행정부의 오만함에서 일어난 것이므로 민심을 잃은 이상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에 대해서는 "민심을 거슬러 전쟁지지에 앞장서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며 파병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은 "전쟁이 이미 시작된 이상 빨리 끝나야하고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고려해서 이라크 전에 지원부대를 파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 장수근 홍보본부장도 "미국이 한국에 지원요청을 하게 된다면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보병이 아닌 전후복구사업에 투입되는 공병부대 파견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일방이 도움을 요청할 때는 도와주는게 조약의 기본정신에 맞는 일일 것"이라며 파병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명분 여부를 떠나서 문명을 파괴하고 인간 살륙을 전제로 하는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는데 결국 전쟁이 발발해 안타깝다"며 "미국은 세계인의 평화 호소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우리 정부도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과 전쟁의 반인륜성에 대해 합리적 절충점을 찾아 우리 국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김상희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