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에 대한 최후통첩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되고 있다. 뉴욕 및 유럽증시는 17일 급등한 데 이어 18일에도 강세기조를 유지하며 '전쟁 랠리'의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증시도 19일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달러화가치는 전날보다 소폭 오른 달러당 1백18엔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단기전의 기대감과 함께 일단 '미소'를 보이는 분위기다. 지난 91년 걸프전 발발 직후의 '단기 랠리'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랠리기조는 '짧은 기간'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국제증시와 달러화가치는 일단 강세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 랠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세계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지난 걸프전 때와 비교하면 그만큼 취약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쟁이 당초 기대처럼 조기(3개월 이내)에 끝나도 급격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3분기 이후에나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전쟁 발발과 함께 일시적 랠리장세 시현 기대 지난 91년 걸프전이 발생하자 국제유가는 배럴당 32달러(미 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까지 치솟았지만 곧 10달러 이상 폭락했다. S&P500 지수도 걸프전 이후 4개월간 20% 이상 상승했으며,달러화 가치도 전쟁 후반부터는 확연한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이틀간 금융시장의 움직임도 걸프전 당시와 흡사하다. CNN머니가 18일 전세계 투자자 2천8백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 이상이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전쟁 이후 급속한 회복은 어렵다 리먼브러더스의 존 리웰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후 경기가 나아지리라는 기대는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9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며,90년대말 버블기에 형성된 과도한 가계 부채와 초과생산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유가도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전망도 있다. 베네수엘라 파업사태의 여파가 계속되면서 세계 석유생산량은 예년의 3분의2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석유 비축분도 걸프전 당시는 평상시 수준을 웃돌았지만,지금은 75년 이후 가장 적다. 골드만삭스의 빌 더들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가 넘는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다"며 "세계 GDP의 64%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면 세계 경기회복도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인한·유영석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