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부시가(家)와 후세인의 맞대결. 부시가와 후세인의 ‘악연’은 10여년 전 걸프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91년 걸프전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승리를 거뒀으나 후세인은 여전히 건재해 부시가와 후세인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걸프전에 이기고도 재선에는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나는 미워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쉽게 미워하지도 않지만 후세인은 정말 증오한다"며 걸프전 때 후세인을 제거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을 정도. 더욱이 후세인은 부시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쿠웨이트를 방문했을 때 암살을 기도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 싸우는 후세인은 아랍 세계에서는 ‘아랍의 자존심’으로, 서방에서는 ‘독재자’라는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대 전쟁(Grand War.이란-이라크전)’과 ‘모든 전쟁의 어머니(Mother of all Wars.걸프전)‘를 경험한 후세인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걸프전 때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을 몰아내기 위해 다국적군을 파견했던 국가지도자들은 대부분 국제무대에서 퇴장했지만 그의 통치기반은 흔들림이 없다. 이라크는 걸프전의 승자가 이라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물러났지만 후세인을 넘어뜨리려는 ‘적들의 목표’는 실패로 돌아갔다는 주장이다. 후세인은 지난해 집권 연장 찬반 국민투표에서 100%라는 경이로운 지지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세인이 이번에도 살아남을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이번에야 말로 눈에 가시 같은 후세인을 반드시 제거하겠다는 기세다. 사상 초유의 법정공방 끝에 힘겹게 당선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강력한 ‘전시 지도자‘로 변신, 지지도가90%대까지 치솟았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의 다음 목표가 후세인이라는 것도 숨기지 않아 왔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분명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후세인이 비밀리에 개발하는 대량살상무기가 결국은 미국과 동맹국들을 공격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논리이다. 이라크를 ‘불량국가‘,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테러와의 전쟁의 여세를 몰아 이참에 후세인을 기어이 잡겠다는 것. 동맹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벌이는 전쟁인 만큼 후세인 축출은 미국의 지상 과제이다. 미 행정부에 포진한 ‘부시 팀‘의 면면도 91년 걸프전 때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딕 체니 부통령은 당시 국방장관으로 전쟁을 이끌었으며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합참의장으로 걸프전의 주역. 이쯤 되면 이번 전쟁이 걸프전의 재판이라는 평가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반전 여론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간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미국이 예상대로 후세인 축출에 성공, 중동 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후세인은 이번 전쟁을 통해 당당히 미국에 맞선 아랍 민중의 영웅이자 영원한지도자로 기억되길 꿈꾸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과연 대를 이은 ‘후세인 제거’라는 과업을 달성, ‘가문의 영광’을 실현할 것인지, 후세인이 다시 한번 살아남아 ‘아랍의 영웅’으로 길이 남을지 세계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