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이라크 전쟁을 승인받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결의안을 철회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해 공개 최후통첩을 보내기로 한 가운데 유엔은 이라크에 체류중인 무기 사찰단을 철수시키기로 해전쟁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뒷받침했다.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주재 영국 대사는 이라크 결의안 공동제출국인 미국, 스페인 대사와 함께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공동제출국들은 현 상황을 고려해 결의안 표결을 추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린스톡 대사는 "결의안을 공동제출한 3개국은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확보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유엔 안보리의 승인없이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영국, 스페인의 결의안 철회는 안보리 표결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마르크 델라 사블리에르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는 "1대1 접촉 결과 대다수의 안보리 이사국들이 무력사용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명백한 거부권 행사의 위협 속에서표결이 이뤄졌을 경우의 득표전망이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난 것은 유감"이라고 말해 프랑스에 표결무산의 책임을 돌렸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도 외교노력의 종결을 선언했다. 파월 장관은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는 기회가 있었지만 시간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저녁(현지시간)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언급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에 최후통첩을 보낼 것"이라면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담 후세인과 그의 최측근들이 이라크를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확실해지자 유엔과 각국정부, 언론사 등은 이라크에 체류중인 무기사찰단과 자국민, 취재진 등의 철수를 지시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에 있는 유엔 사찰단원들에 대해 이 나라를 떠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난 총장은 사찰단의 출국시일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서방 언론들은 18일 출국이 시작돼 빠르면 48시간만에 완료될 수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난 총장은 "분명코 오늘은 모두에게 실망스럽고 슬픈날"이라면서 "전쟁은 언제나 큰 재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사찰단 뿐만 아니라 이라크에 남아있는 일반 구호요원들에 대해서도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라크는 물론 쿠웨이트에 주재하는 미국인들에 대해서도 출국할 것을 촉구했으며 독일과 러시아 등은 이미 이라크의 자국민들에 대해 철수 지시를 내렸다. 이라크에 파견돼 있는 각국 언론사 취재진도 전쟁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따라 출국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