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북서부 카발 사막에 주둔한 최전선 미군 부대원들은 대(對) 이라크전 개전 명령이 임박한 요즘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이라는 영화 이름을 자주 입에 올린다. 연합뉴스가 임베딩(종군취재)하고 있는 캠프 펜실베이니아의 제101공중강습사단전투부대원들이 이 영화에 나온 헬기 강하 작전처럼 `위험천만한' 전술을 펼쳐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블랙호크다운은 미군이 지난 1993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모가디슈에서 헬기로공중강습작전을 펼치다 18명이 사망한 실화를 제작한 영화다. 101공중강습사단 부대원들은 대부분 미 켄터키주 클락스빌 포트 캠블에서 공중강습 훈련을 마치고 이 곳 쿠웨이트에 왔다고 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공중강습작전은 일반적인 공수부대와는 달리 항공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것이 아니라저공 비행하는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개념으로 적군의 직접적인 타깃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제1전투여단의 스티브 헨지 일병은 "동료들끼리 전쟁영화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현실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투여단 제3대대 병사들 중에는 최근들어 부대내 채플(Chapel.군교회)을 찾는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국인 군목 김성남 대위는 전했다. 모두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이들이 자신과 동료의 안전(safety)을 최우선으로 기도하고 있는 이유는 `바그다드 시가전'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조만간 꺼내들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강한 화력을 가진 미군일지라도 적진 한 복판에서 벌이는 시가전에서는 상당한 인명피해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한 부대 관계자는 "이 곳에 여단 규모로 배치돼 있는 전투원 6천여명 중 얼마나많은 사상자가 날 지 모른다"고 말했다. 101공중강습사단 내부적으로는 모종의 작전을 세워두고 있지만 어떤 식의 작전이 펼쳐질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단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의 `전면공습 후 소규모 특수부대 투입' 식의 국지전 양상이 아니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전방지원대대에 소속된 한 부대원은 "이번에는 특수부대와 보병을 가리지 않는다. 아니 이번 전쟁에서는 보병이 최일선에서 전면전을 펼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대원들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맹훈련을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대부분 본국에서 철저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곳 주둔지에서는 정신적인 무장만 하고 반 휴식 상태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것이 더 유리할 지도 모른다는 지휘부의복안이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16일 오후 전투지원여단 제3대대 부대원들은 막사 옆 훈련장에서 총을 둘러멘채휴식만 취했다. 섭씨 30도 가까이 올라간 한낮의 태양이 뜨겁게 내려쬐는 막사 옆훈련장에서 이들은 한가롭게 햇살만 쪼이고 있었다. 훈련장 한쪽에서는 철근으로 말뚝을 박아놓고 미국의 전통놀이인 말굽(편자) 던지기를 하는 병사들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서는 여유보다는 불안이 더욱 가득해 보였다. (캠프 펜실베이니아=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