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의 매파들은 고집스럽게 유엔 결의채택을 모색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단독으로라도 전쟁을 강행할 것을 요구하고있다고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가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최근 유엔에서 블레어 총리의 대(對)이라크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영.미 양국의 오랜 혈맹관계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블레어 총리는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면서 "미국이 영국 정치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블레어 총리는 이제 일어서서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됐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 핵심 정책입안자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런 거친 발언들은 부시 대통령이 블레어 총리에게 유엔을 설득할 몇 일간의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측근들의 강력한 반 발을 억눌러야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내부의 이런 분위기는 얼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행정부내 초강경파들 조차도 블레어 총리에 대해서는 비판을 삼가해 왔다. 어려운 정치상황 속에서도 이라크 무장해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강직한 친구'라는 것이 블레어 총리에 대한 부시 행정부 내부의 일반적 평가였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는 영국이 3월 17일로 정한 이라크 선전포고 시한을 월말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급변했다. 백악관의 매파들은 단독 전쟁 불사 방침을 흘리면서 최후통첩 연장 불가 입장을 고집했다. 부시 대통령은 12일 블레어 총리와 긴 통화 끝에 추가적인 시한 연장에 동의했지만 마지 못해 행한 양보는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이끄는 부시 대통령의 신뢰도에 손상을 입힌 것으로여겨졌다. 텔레그래프는 부시 대통령의 잇단 양보에도 불구하고 9개 안보리 이사국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백악관 매파들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는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결의안의 수정 여부에 관계없이프랑스와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이제 문제는 시간이 얼마나 지체될것인지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 내부의 다수 소식통들은 지난 11일 영국의 지원없이 미국 단독으로 라도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발언은 이런 좌절감을 반영한 것이며 블레어 총리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직격탄을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고위관리는 "새로운 결의를 모색한다는 것 자체가 바보짓이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블레어 총리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었고 바로 그 때문에 도처에서 걷어채고 피를 흘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 소식통은 "미국은 유엔의 결의를 얻어내기 위해 더 이상 애걸복걸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프랑스가 거부권 행사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마당에뭘 더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엔 결의에 연연하는 블레어 총리를 겨냥한 발언이다. 영국 외교관들도 미국과 영국의 접근법 차이는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good cop, bad cop)"이란 말에서 형상화될 수 있는 것처럼 `명확하고 실제적인 것'이라고말해 양국의 시각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