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조직원이 지난 97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을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가 재작년 9.11 테러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ABC방송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스페인 당국이 지난해 7월 체포한 시리아 국적의 가브스 알-아브라시 갈윤으로부터 압수한 이 테이프에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외관은 물론, 내부 로비와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남쪽 타워 전망대의 모습을 담고있다. 지난 97년 8월31일 촬영된 29분짜리 이 테이프에는 이밖에도 뉴욕의 명소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루클린 다리 , 타임스 광장 등도 포함됐다. 스페인 및 미국 당국은 갈윤 등이 오사마 빈 라덴의 최측근들과 직접적인 접촉해왔으며, 9.11 테러 당시 민항기를 납치한 모하메드 아타에게 자금을 지원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문제의 테이프가 갈윤이 뉴욕을 방문한 수개월 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알-카에다 지도부에 전달됐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다. 테이프에는 갈윤이 동행한 남성 1명과 아랍어로 대화하는 육성이 녹음됐다. 이들중 한 명은 "우리는 맨해튼 쌍둥이 빌딩 중 하나에 있다. 이 곳은 쌍둥이 빌딩 중한 곳의 내부다"라고 말했다. 테이프는 9.11 테러로 피해를 입은 세계무역센터 주변 건물의 영상을 포함해 세계무역센터 인근의 거리 장면으로 시작된다. 갈윤 일행은 남쪽 타워를 방문한 관광객들에 합류, 로비에 선 뒤 승강기를 타고110층에 마련된 전망대로 올라간다. 테이프는 또 북쪽 타워의 맨 위층과 건물 꼭대기에 설치된 거대한 TV 및 라디오안테나, 4년후 납치범들의 비행로가 된 허드슨 강 등을 집중 조명했다. 전직 경찰총수이자 스페인 국회의원인 구스타보 데 아리스테구이는 "한마디로 (이 테이프는) 표적 테이프"라고 말했다. 갈윤은 지난해 9월 알-카에다 조직원에 대한 스페인 당국의 대대적 단속에서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