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붕괴하면서 만들어진 `그라운드 제로'의 거대한 구덩이가 재개발 후에도 부분적으로나마 보존될 전망이다. WTC 재건축 설계안 국제공모 결과 최종 후보로 선정된 2개 작품 가운데 541m의 첨탑과 기하하적 구조의 빌딩군 건설을 골자로 하는 독일의 `다니엘 리베스킨드' 건축설계사무소의 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고 미국 언론이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이 건축설계사무소는 폴란드계 미국인 리베스킨드가 이끌고 있다. 소식통들은 맨해튼남부재개발공사(LMDC)와 뉴욕ㆍ뉴저지 항만청,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등의 대리인들로 구성된 WTC 재건축방안 선정위원회가 회의를 벌인 끝에 파타키 주지사와 블룸버그 시장이 지지한 리베스킨드의 설계안을 채택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공식결과는 27일 발표될 예정이다. 리베스킨드의 설계안은 WTC터 남서쪽 모퉁이에 당초 20m 깊이의 구덩이와 지지벽을 보존해 추모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지하 교통시설과 기반시설 공사를 위해 보존되는 구덩이 깊이를 9m 정도로 변경한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역은 WTC 건축을 위해 땅파기 공사를 하던 중 허드슨강 물의 진입을 막기 위해 벽을 둘러친 곳으로 9.11 테러 이후에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 `욕조(bathtub)'라고 불리고 있다. 9.11 희생자 유족들은 이곳이 희생자들의 유해가 가장 많이 발굴된 지점이라는 점에서 재건축 과정에서도 추모공간으로 보전되기를 희망해 왔으며 이를 받아들인 리베스킨드의 안을 지지해 왔다. 리베스킨드는 추모의 정신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년 9월11일 WTC 쌍둥이 빌딩에 첫번째와 두번째 공격이 가해졌던 시간 사이에는 추모구역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건물들을 설계했다. 리베스킨드의 건축안에 포함돼 있는 첨탑은 현재 세계 최고인 말레시아의 페트로나스 쌍둥이빌딩(444.9m)를 능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된다. 리베스킨드는 이 첨탑에 고도별로 세계 각지의 식물들을 전시하는 `수직세계식물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종 설계안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건축과정에서는 여러 현실적인 요소들이 감안돼 수정돼야 하기 때문에 건축가의 구상이 전면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수많은 추모, 관광객들을 싣고 올 버스들의 주차대책에서 상업시설의 면적이나 추모시설의 건설비용 부담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앞서 WTC 재개발을 책임진 LMDC의 'WTC터 계획위원회'는 26일 회의를 열고 최종후보에 오른 두개의 설계안 가운데 WTC 쌍둥이 빌딩이 섰던 자리 주변에 격자무늬의 초고층 쌍둥이 타워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THINK' 설계팀의 안을 지지키로 의견을 모아 막판 혼선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THINK' 팀의 안은 507m 높이의 격자무늬 쌍둥이 빌딩으로 이뤄지는 `세계문화센터'에 추모시설과 회의장, 문화시설 등을 수용하고 주변에 사무실과 상업용 빌딩을 건축한다는 계획이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