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의 해법을 둘러싸고 국제 사회가 분열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중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몇 몇 국가들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지난 24일 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안보리에 무력에 의한 이라크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하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반대로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각서를 제출함에 따라 나머지 9개 이사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두 진영의 입장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이다. 9개 이사국중 불가리아는 미국의 입장쪽으로 기울었고 시리아와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사찰 강화를 주장하는 프랑스의 편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고민이 좀 덜한 편.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칠레, 멕시코, 파키스탄, 기니, 카메룬, 앙골라는 이번 선택이 향후 수년간 외교적 경제적으로 큰 여파를 몰고 올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프랑스가 이끄는 반전 그룹을 선택하려해도 미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초래될 막대할 비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이들 6개국의 현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6개국은 이라크가 무장해제에 대한 분명한 결단을 내려주길 고대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져 가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 사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있어 이들은 더욱 난감한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25일 BBC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미국과영국은 3월말 이전에 이라크와의 전쟁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이라크 사태에 관한 외교적 논쟁은 결말로 치닫고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미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9표의 찬성표와 거부권이 한 표도 나오지 않아야 효력이 발생하는 결의안에 매달리기보다 표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전쟁을 감행하는 '전술적 결정'을 내릴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도 안보리를 통해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막판 힘겨루기가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강대국들의 압박 속에서 이들 6개 안보리 이사국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