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많은 외국인들은 미국이 좀더 진정하길 원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고삐를 늦추기를 희망하고,미국식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확산에도 브레이크가 걸렸으면 한다. 한마디로 미국이 존 웨인(전쟁영화에 많이 등장한 1960∼70년대 영화배우)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행동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이같은 '희망사항'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미국에는 보수성향의 싱크탱크들이 대내외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크탱크에 몸담고 있는 소위 '보수적 지식인'들은 미국이 앞으로도 무궁히 뻗어나갈 수 있다는 비전을 연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지역 전체를 재편할 수 있고,자본주의도 우주에까지 전파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 미국인들은 이들의 활동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보수성향의 싱크탱크들이 미국내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막강한 힘을 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는 '우익성향'의 싱크탱크들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다. 헤리티지재단이 설립 30주년을 맞았고,맨해튼연구소는 25년,미기업연구소는 60년,후버연구소는 80주년 행사를 갖는다.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리버럴한 성향의 가토연구소는 지난해 창립 25주년 행사를 치렀다. 이들 싱크탱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미국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는 이들로부터 나오는 '아이디어'들이다. 90년대 복지제도개혁을 비롯 최근 감세안의 아이디어도 이들 싱크탱크에서 나왔다. 미기업연구소는 오사마 빈 라덴이란 이름이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기 훨씬 전에 '불량국가'(rogue state)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헤리티지재단 등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중동정책을 열렬히 옹호하고 있다. 둘째는 사람들이다. 현재 미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들 보수적 싱크탱크와 연관돼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후버연구소 출신이며,딕 체니 부통령과 그의 아내는 오랫동안 미기업연구소와 인연을 맺고 있다. 엘라인 차오 노동장관도 헤리티지재단에 몸을 담은 적이 있다. 이밖에 부시 행정부의 수 많은 관료들도 보수적 싱크탱크와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싱크탱크적 사고'가 이들의 정책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헤리티지재단 에드윈 플러 이사장은 "사람이 곧 정책이란 점을 감안할 때 싱크탱크들은 점차 미국의 '섀도내각'(예비내각)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는 때로는 정치인들을 무능력하게 만든다. 정치인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싱크탱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고유의 생각이 들어갈 공간은 그만큼 좁아지게 된다. 60∼70년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보수 싱크탱크'들은 여전히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일들이 많아지고,조직도 커지고 있다. 개인들의 기부액도 늘고 있다. 지난해 헤리티지재단에 기부된 3천1백만달러 중 개인기부가 절반을 넘었다. 헤리티지재단이 지난 98년 설립한 데이터분석센터는 그동안 예산이 2배로 늘어났다. 많은 유럽국가들은 미국이 좀더 차분해지기를 원하지만 보수성향의 싱크탱크들이 건재하는 한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1일자)에 실린 'The charge of the think-tank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