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이드판으로 나오는 뉴욕포스트는 적어도 발행부수면에서는 뉴욕타임스와 쌍벽을 이룬다. 이 신문에서 요즘들어 많이 쓰는 단어는 족제비라는 뜻의 위즐(Weasel)이다. 최근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얘기한 '악의 축'을 빗댄 '족제비 축(Axis of Weasel)'이란 제목을 1면에 대문짝만하게 썼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악수하는 사진이 그 배경으로 깔렸다. 미국인들에게 족제비는 겁쟁이로 통한다.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두 나라를 매도하는 기사다. 특히 요즘 프랑스 때리기가 심하다. 독일의 '배반'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믿었던 프랑스의 반대에 더욱 당혹한 탓이다. 프랑스 때리기의 선봉장인 뉴욕포스트는 유명 칼럼니스트인 스티브 던리비를 노르망디 해변가로 보내 '노르망디발 칼럼'을 쓰게 했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덕분에 오늘날의 경제와 평화를 누리는 프랑스가 미국의 전쟁계획 반대에 앞장서는데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대중지인 뉴욕포스트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권위지들도 국수주의적인 이른바 '징고이즘'보도엔 예외가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컬럼리스트 토마스 프리드맨은 최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에 프랑스 대신 인도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인은 문맹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이라크전쟁을 지지한 유엔결의안에 찬성했던 프랑스가 입장을 바꾼 것은 글도 제대로 못읽는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물론 이같은 '징고이즘'보도의 귀착점은 프랑스 물품의 불매운동이다. '싸움은 붙이고,흥정은 말리는'식의 징고이즘 보도를 미국 언론학자들은 '언론들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해석한다. 당장 눈앞의 판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냉철한 이성보다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여론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언론들이 '노르망디'를 꺼낼 때마다 '인천'이 떠오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