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을 막기위한 방법의 하나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인근 중동국가에 망명시키고 신변을 보장하는 방안이 아랍과 유럽국가들 사이에서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후세인 망명의 가장 매력적인 장점은 물론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에 더해 이라크 정권 교체를 원하는 미국의 의지를 충족시키는 한편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도 제거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후세인의 행동 방식과 과거 행태로 미뤄볼 때 그가 이같은 방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설사 후세인이 마지못해망명에 동의한다고 해도 향후 후세인의 권력을 승계하려는 그의 아들들이 후세인의퇴진을 용납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마차이 바람 객원 연구원은 "사담후세인은 생존자"라는 점을 지적한다. 후세인은 과거 걸프 전쟁이나 이란-이라크 전쟁에서처럼 모든 여건이 그에게 불리한 상황속에서도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을 정도의 `철저한 낙관주의자'라는 것이다. 바람 연구원은 이같은 분석에 3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그 첫째는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최선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 후세인의 신념이다. 두번째는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그의 인생관이며, 마지막 근거는 역사적 숙명에 대한 신비한 믿음이다. 지난 80년대 이란과의 전쟁에서 상황이 이라크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이라크 각료들은 정전협정의 조건으로 후세인의 퇴진 방안을 일시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당시 모든 각료들은 이 방안을 거부했지만 샤피크 아브드 알-자바 알-카말리 장관만은당시 진행중이던 학살을 막기위해 이를 더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추후 확보된 진술에 따르면 후세인은 그에게 부속실에 들어가자고 요구한 뒤 갖고 있던 권총을 꺼내 그 자리에서 그를 사살했고 이후 알-카말리 장관의 아내도 역시 갑자기 실종됐다. 후세인의 퇴각 논의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라크에서 최근 출판된 후세인의 자서전에 따르면 후세인은 자신이 모든 난관들을 이겨낼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고 있다. 이같은 신념은 후세인을 유산하려 했던 어머니가 유산에 실패하고 결국 그를 출산했다는 점과 보호자인 아버지 없이 살아남아 가난속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했던 그의 성장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성향은 후세인의 정치입문 뒤에도 이어져 이라크 바트당에 입당한 뒤에도 정치적 라이벌을 잔혹하게 제거하면서 고속 승진을 거듭, 결국 지난 79년 대통령에 당선되기에 이른다. 여기에 명예가 목숨보다 중요하며 허약함이나 비겁함을 보이는 것은 후세인 자신의 생명이나 이라크에 대한 통치권을 내놓을 만큼 불명예스러운 것이라는 그의 인생 신조도 망명 가능성을 희박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후세인은 자신이 향후 중동지역내 초강대국이 될 이라크의 역사적 지도자라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고 있다. 이라크내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은 점이나 걸프전 및 이란-이라크전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좌에 남아있는 것이 그의 이같은 신념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후세인은 항복후 망명 생활을 할 경우 누구도 그를 보호해주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만일 후세인이 불명예스럽게 역사적 숙명을 포기한다면 그의 두 아들들이 가장 먼저 후세인을 살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바람 연구원은 후세인이 그동안 패배가 임박해서야 양보를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때 그는 눈앞에서 폭탄이 터져야만 망명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dpa=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