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27일의 사찰단 보고서는 이라크의 불성실한 협력태도를 비난하는 등 예상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게될 것이라고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이 26일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과 유엔 안보리에서 2개월 사찰 결과를 보고할 블릭스 위원장은 AP통신 회견에서 이라크가 VX와 탄저균 등 생화학무기의 폐기 여부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며 불성실한 협력을 비난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16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이라크가 약속과 달리 무기개발참여 과학자와의 사적 인터뷰를 허용하지 않았고 U-2 정찰기를 이용한 사찰을 지속적으로 차단하는 등 사찰에 비협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핵개발 여부를 사찰해 온 IAEA의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도 AP통신 회견에서 2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사찰기간 연장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기한 연장 여부는 그러나 사찰활동을 얼마나 치밀하게 벌이고 이라크측이 어느 정도 협력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도 과학자 인터뷰 불발 문제에 대해 이라크를 비난할 것으로 보인다. 엘바라데이 총장 대변인은 그러나 이라크의 핵개발 여부에 대해 사찰단이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라크는 사찰단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이나 자료요청에 대한 협조 등에서 만족할만한 점수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대사가 27일 안보리 회의에서 보고서 내용보다 이라크의 결의 준수 실패 사실을 중점 부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블릭스-엘바라데이 보고 청취 및 28일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에 이어 29일 열리는 회의에서 사찰단 활동 등 이라크 사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유엔본부 주변에는 이라크가 제출한 무기 실태 보고서가 정확하지 않으며 사찰단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WMD 보유 사실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없는데다 블릭스와 엘바라데이 등 사찰단 책임자들의 사찰 기한 연장 요청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도 미국의 군사력 사용보다는 외교적 수단 등을 이용한 사태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27일의 사찰단 보고서 제출 후 안보리 회의에서 이라크에 3월1일까지 최후 통첩 기한을 설정해주는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영국의 더 타임스지가 26일 보도했다. 이같은 최후통첩 설정은 안보리가 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에게 6주내 쿠웨이트에서 철군하도록 촉구한 것과 유사한 것으로 미국 주도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들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도 BBC 회견에서 사찰단에게 시간이 더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기간 연장이 "수 개월이 아닌 수 주 정도"로 제한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는 26일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 회견에서 "군사행동은 외교적 노력의 실패를 나타내는 것이며 최후의 수단에 의지할 상황은 아니다"고 군사공격 반대 입장을 밝힌 뒤 "군사공격이 필요하더라도 유엔의 지지를 얻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유엔본부.런던 AP.AFP=연합뉴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