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랜 게임 끝에 마침내 한국 국민에게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으며 그 결과로 빚어진 한미간 갈등은 북한 핵위기에 직면해 양국의 통일된 행동을 저해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월20일)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머리싸움'이라는 제목의 한반도 관련 기사에서 북한은 최근 여중생사망사건을 둘러싸고 미군의 `만행'에 대해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위선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은 오래 전부터 그같은 전략을 구사한 결과 남북이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민족적 유대가 지정학적 고려에 우선한다는 인식을 한국인들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물론 미국을 '한반도를 피바다로 만드려는 살인자들의 제국'으로 매도하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한국인은 없지만 한국인들은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부시 대통령의 주장에도 식상해 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정서는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더욱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에 주재하는 한 미국 외교관은 "북한은 남한에 이미 형성돼 있는 반미감정을 악용하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은 `불평등' `불공평' `미국의 오만' 따위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들은 한국전쟁에서 3만7천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은 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됐다. 이 잡지는 동정적인 한국인들에게 북한은 가난하지만 자존심 강한 친척으로 비쳐지고 있을 뿐 중무장한 적으로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북한은 자신들의 비밀핵무기 개발계획은 과소평가하면서 미국을 악당으로 몰아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진보적인 젊은 한국인들에게 환심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20여년 전부터 싹트기 시작한 한국의 반미감정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한국전쟁의 책임이 북한이 아닌 미국과 구소련에 있다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한국은 북한의 요구에 따라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중단하는 등 북한에 비판적인 언사를 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군 내의 한 물리학자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햇볕정책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계획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알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최대 맹방인 미국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한없이 가해져 부시는 많은 젊은 한국인들에게 악당으로 각인됐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햇볕정책의 충실한 신봉자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부시의 대북강경자세를 비판해 왔으며 미국은 한국의 압력에 못 이겨 북한과 대화 용의를 밝히기까지 했지만 문제는 북한이 이로 인해 잘못된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1994년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중단하지 않으면 영변의 핵발전소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같은 위협을 지금도 느끼고 있는 김정일은 이라크 문제로 미국의 관심이 분산돼 있는 기회를 노려 지금이야말로 핵무기를 완성하고 심지어 시험까지 할 기회가 왔다고 확신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핵무기 개발 시도를 해온 나라들은 모두가 성공을 거두었다는 한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같은 결과는 지금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한국인들은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