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자간 자유무역과 쌍무및 지역 자유무역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쌍무 및 지역 자유무역 옹호론자들은 이것이 해당국가간 무역장벽을 낮추고 정치적 협력을 가속화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라운드와 같은 다자간 자유무역협상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순수한 다자주의자들은 쌍무및 지역 협정이 교역을 왜곡하고,협정국과 비협정국간에 무역차별을 야기함으로써 세계무역자유화를 저해한다고 반박한다. 이 논쟁의 해답은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난 1930년대에 쌍무및 지역간 협정들은 지역차별을 초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쌍무와 다자간 자유무역이 상호 보완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에도 결과는 이론이 아닌,주요 국가들의 정책에 달려있다. 비록 지금 개도국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세계무역협상은 미국과 EU에 달려 있다. 현재 EU는 지구상에서 무역차별의 온상이다. EU는 회원국들이 늘어나는 데 비례해 역외국가들에 대한 무역장벽을 더 높이 쌓고 있다. 미국은 WTO 도하라운드(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두 가지 점에 유의하고 있다. 하나는 외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의 무역자유화를 저해한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쌍무협상들이 다자간 무역체제를 위협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첫번째 사안과 관련,철강수입을 규제하고 농산물보조금을 확대함으로써 스스로 보호주의를 촉발시켰다. 비록 미 정부가 도하라운드의 성공에 필수적인 신속협상권(패스트트랙)을 의회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이런 조치들을 취했다고는 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조치들이었다. 도하라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런 보호주의적 조치들은 사라지게 된다. 미국의 무역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최근 미국정부가 야심적으로 제의한 공산품관세의 완전 철폐와 농업보조금의 대폭 삭감,서비스무역자유화로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무역자유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새삼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게 하나 있다. 바로 미국은 받은 만큼 주기때문에 다른 국가들도 미국에 협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도하라운드가 실패로 끝날 경우 미국과 EU는 배타적인 쌍무호혜적 무역자유화에 더 매달리게 될 것이다. 도하라운드가 오는 2004년말의 시한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하라운드(미주자유무역지대(FTAA)협상도 마찬가지)의 진짜 타결시한은 미 행정부의 신속협상권한이 종료되는 2007년 중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새로운 농업보조금문제를 다룰 미국농업법안도 2006년에야 나오고,독일 프랑스가 최근 합의한 유럽공동농업정책의 개혁 시한도 2006년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도하라운드협상이 한창 진행될 향후 수년동안에도 일부 국가와 지역간에는 무역자유화협상들이 경쟁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는 오는 2007년 도하협상이 타결된 후에야 진정한 글로벌자유무역이 이뤄질 것임을 의미한다. 그때까지는 쌍무및 지역 자유무역협정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정리=이정훈기자 leehoon@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의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이 IIE홈페이지에 올린 'A competitive approach to free trad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