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와 함께 요즘 미국 사회의 핫 이슈중 하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성차별 논란이다. 매년 봄 마스터스 대회를 여는 이 골프장이 아직도 '남성전용'이라는데 여성단체나 학계의 비난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 두 이슈가 공교롭게 한꺼번에 만났다. 경제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질된 폴 오닐 재무장관의 후임인 존 스노 CSX 회장이 바로 이 오거스타 골프장의 정회원인 것. 9일 부시 대통령의 공식 임명 직후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오거스타 회원이라는 점이 장관직 수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지만 스노 장관은 즉각 멤버십을 탈퇴했다. 장관 임명 직후 첫 공식업무인 셈이다. 상원 인준을 앞두고 불필요한 정치·사회적 비판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이었을 게다. 스노 장관은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멤버십을 탈퇴했지만 그 사실 자체가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남성 전용'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전국여성단체연합회(NCWO)의 마사 버크 회장은 곧바로 "이는 적어도 공직을 맡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차별적 행위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아직도 회원인 전·현직 공직자들도 따라야 할 길"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니콜라스 브래디 전 재무장관,샘 넌 전 상원의원,애모리 휴튼 하원의원 등을 겨냥한 공격의 화살인 셈이다. 최근 성차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CBS방송의 토머스 와이맨 전 사장이 지난주 "여성들을 배척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오거스타 멤버십을 포기해 화제를 모았고,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여성을 멤버로 허용하는데 찬성"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NCWO측은 골프장 성차별이 연방법에 저촉되는지 검토하는 등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여성가입이 허용된다 해도 억만장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일텐데 일반인들이 왜 흥분하는지 모르겠다는 시각도 있다. 성차별도 중요하지만 돈에 의한 차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성차별에는 흥분해도 재산차별은 거의 문제삼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미국은 자본주의 나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