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지난 7일 제출한 대량파괴무기(WMD) 실태 보고서에는 과거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노력은 물론 비밀 핵개발을 지원한 나라들과 일부 기업들의 명단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또 보고서를 요약한 9쪽 분량의 내용 목록을 보면 이라크의 생물무기 개발노력의 구체적 과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현재 1만2천쪽의 보고서 사본을 안보리로부터 넘겨받아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이들 국가의 검토작업은 현재 뉴욕과 빈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엔 무기사찰단의보고서 분석작업과 별도로 이뤄지고 있다.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단장은 이날 안보리와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유엔 사찰단의 보고서 번역과 분석작업이 얼마나 걸릴 지등에 대해 보고한다. 안보리 순번의장인 알폰소 발디비에소 콜롬비아 대사는 월례 이사국 오찬에 앞서 기자들에게 블릭스 단장이 아난 총장도 참석하는 이번 오찬에서 이라크 보고서와관련된 설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이라크에서 무기사찰활동을 벌였던 사찰단원인 미국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보고서 내용목록을 검토한 결과 이라크가 1990년대 제출했던 무기보고서의내용을 다시 제출한 것이며 불완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는 특히 핵무기 분야에서 과거 것을 그대로 활용했다"면서 "많은 내용들이 1991년 이전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측은 유엔에 제출된 무기 보고서가 대량파괴무기가 없으며, 이를 운반할수단이 없다는 진실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라크가 대량파괴 무기를 갖고있었고 이를 유지하고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현재도 그런 무기들을 갖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이라크 주장을 일축했다. 9일 공개된 9쪽 분량의 보고서 내용 목록은 핵.화학.생물무기.탄도미사일 분야등 모두 4개 부분으로 이뤄져있다. 핵무기 분야와 관련, 이라크는 1991년 이전의 개발계획과 관련해 2천100쪽의 보고서와 함께 300쪽 분량의 아랍어로 된 최근 개발계획과 관련된 내용을 제출했다.이라크측은 최근 계획은 비군사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의 무기개발총책이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과학 담당 보좌관인아메르 알-사아디 장군은 이라크가 1991년 핵무기 개발에 근접하긴 했지만 최종결합및 시험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며 현재 그런 야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천880쪽에 달하는 화학무기 분야 내용은 과거 이라크의 화학무기 개발계획을담고있다. 특히 "기업들과의 관계"나 "외국의 기술지원", 또는 "종결된 방사능 폭탄프로젝트" 등이 포함돼있다. 방사능 폭탄 프로젝트는 1998년 중단된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과정에서 발견됐다. 생물무기 분야 내용에는 과거 생물무기 개발계획과 연관이 있는 군연구소에 대한 정보와 구제역 연구소의 활돌, 각종 자료 등이 담겨있다. 탄도 미사일 분야 보고서 내용은 1천200쪽에 불과하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이라크는 151㎞ 이상 사거리 미사일 보유가 금지돼있다. 지난달 8일 채택한 유엔 안보리 결의 1441호에 따르면 이라크가 거짓된 내용을보고서에 담거나 중요내용을 누락할 경우 이를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materialbreach)'로 간주하게 된다. 이와 관련, CNN은 자체 입수한 보고서 내용목록을 보면 이라크의 핵.화학.생물무기 개발계획을 지원한 나라나 기업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라크의 나지 사브리 외무장관이 이번 보고서는 비확산 기준을 위반하는정보 누출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고서가 정확하고 완전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라크 보고서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으며 1, 2주 이내에 백악관이 각 기관의 잠정적인 검토 결과들을 취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 관리들이 전했다. 보고서 검토작업은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하지만 국가안보국(NSA)과 국방부,국가안보회의(NSC) 등 정부기관들과 대량파괴무기 관련 국립연구소들의 전문가도 참여한다. 관리들은 1, 2주 내에 백악관이 각 기관으로부터 잠정적인 결론들을 취합하는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리는 "결론은 우리가 발견한 사실에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우리 자신의 정보에 의존해야 할지, 아니면 유엔 무기사찰단의 최종적인 조사결과를 기다려야 할 지 등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아직은 초기단계"라고 규정한 뒤 "검증작업은매우 철저하고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며, 특히 이라크가 선언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도 철저할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밝히지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도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검증작업이 끝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분석작업결과에 대해 보고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본부.워싱턴 AP.AFP.dpa=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