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국 교민들이 밀수와 상표법 위반 등 혐의로 현지 사법당국에 무더기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멕시코 연방 검찰과 경찰은 9일 밀수와 외국의 유명 상표 위조 및 변조 등의 혐의로 지난 주말 체포된 한국 교민 34명 가운데 박모, 한모씨 등 33명을 전원 구속하고 멕시코시티 남부와 동부 구치소에 수감했다. 구속된 교민들 가운데 남자는 25명, 여자는 8명으로 이중에는 부부 3쌍과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한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이무더기 구속되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다 이번 단속에서 구속된 외국인은 대만인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이다. 따라서 한국 교민을 상대로 한 `표적수사' 또는 동양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의혹, 부부를 구속한 사례 등 멕시코 사법당국의 편파적인 처사로 볼 때 이번 사건은 자칫하면 양국간 외교마찰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멕시코 사법당국 관계자는 "지난 수개월 동안 한국 교민사회의 밀수 및 상표법위변조 행위에 대해 내사를 해왔다"고 밝히고 "현재 범죄용의자 명단에 30여명이 더있는 점으로 미뤄 단속이 지속되는 한 구속자수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속된 한국인들은 마약밀매와 총기 불법소지 여부 등 여죄수사를거쳐 모두 재판에 회부된다"며 "유죄가 확정되거나 체류 목적에 위반되는 활동을 한사람은 추방된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당국은 지난 주말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멕시코시티 중심가인 소나로사 지역의 한인 상가와 창고, 사무실 등을 급습해 43명을 연행했으며, 체류비자가 확인된 9명을 석방한 뒤 구금시한인 이날 새벽까지 48시간동안 조사를 벌였다. 멕시코 당국은 또 구속된 한국 교민들의 창고와 가게 등에서 가짜 유명상표가붙은 의류와 섬유원단, 완구류, 인조보석, 크리스마스 장식품 등 180t 가량의 밀수품과 위조 및 변조 상품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한국 교민 대규모 연행 및 구속 사태가 발생하자 현지 언론은 "한인들이 무기와마약밀매, 매춘에도 개입했다"는 등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왜곡 보도해 한인사회를 범죄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한편 주멕시코 한국대사관(대사 강웅식)측은 멕시코 당국에 한국인 무차별 연행과 부부를 모두 구속시킨 사례 등을 항의한 뒤 이날 교민들이 구속수감된 멕시코시티의 수르(남부) 및 오리엔테(동부) 구치소를 찾아가 각 구치소장에게 구치소내 인권유린 사태가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사관측은 또 양국간 범죄인 인도조약과 사법공조 체제가 마련된 사실을 감안해 교민들이 빠른 시일내 석방될 수 있도록 현지당국과 긴밀한 접촉을 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bigpen@yonhapnews.net